물가 고공행진에 ‘짠물 소비’ 대세… 중고 육아용품 불티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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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관련 용품 5년 전보다 10%↑
사용 기간 짧아 중고 거래 활성화
인기 제품 1분 만에 거래 끝나기도
이커머스 업계 리퍼브 확대 기조

고물가로 인해 육아용품의 중고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내 장난감 판매점 모습. 고물가로 인해 육아용품의 중고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내 장난감 판매점 모습.

먹거리뿐 아니라 생활용품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중고 거래와 ‘리퍼브’(판매장에 전시됐거나 소비자가 반품한 상품을 다시 손질해 정품보다 싸게 파는 상품) 등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육아용품의 경우 사용 기간이 짧은 데 반해 가격대는 높게 구성된 만큼 중고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는 4월 출산을 앞둔 정 모(34) 씨는 육아용품 장만을 위해 견적을 내어 보다 눈을 의심했다. 출산·육아 용품을 구매하는 데만 예산이 5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카시트나 유모차, 아기 의자, 전집 등의 가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 씨는 “조카가 태어날 때만 하더라도 육아용품이 이렇게 비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몇 년 사이에 큰 폭으로 오른 느낌”이라면서 “모두 새 제품으로 구매하려면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 중고 거래를 이용하려고 매일 중고 거래 사이트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육아용품의 가격도 5년 새 크게 올랐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용품과 산후조리원 이용료 물가는 2020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 동복, 종이 기저귀, 아동화, 유·아동 학습교재 등의 경우 물가 상승폭이 10% 넘게 올랐다. 산후조리원 이용료도 2020년 대비 16%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인기 육아용품 브랜드는 지난 연말과 연초를 기점으로 가격을 이미 인상했거나,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육아용품 마련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진 상태다.

육아용품의 경우 금액이 비싼데 반해 사용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중고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특히 이른바 ‘국민템’이라 불리는 인기 제품의 경우 게시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육아용품을 구매한 박 모(37) 씨는 “전동 모빌이나 아기 침대처럼 사용 기간이 짧고 입에 넣지 않는 용품들은 대부분 당근마켓으로 구매하고 있다”면서 “인기 용품은 알람을 설정해 놓고 글이 올라오자마자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는 데도 동시에 연락하는 사람이 20명이 넘어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고 말했다.

육아용품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용품의 물가가 동시에 오른 데다 경기 침체 상황이 겹치면서 중고 거래 이용자 수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단순 반품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리퍼브 시장 규모도 급성장 중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 가구 등의 리퍼브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반품 상품을 재판매하는 리퍼브 상품 코너를 운영하는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반품된 상품을 직접 검수해 다시 판매하는 ‘반품 마켓’을 운영 중이다. 오픈 3개월 만에 고객 수가 35%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1번가도 리퍼 상품 전문관인 ‘리퍼블리’를 운영해 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상황이 길어지는 데 반해 물가는 계속 상승하면서 ‘불황형 소비’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자를 중심으로도 중고 거래나 리퍼브 상품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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