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중국 '저가 공세'에 지역 기업 등 터진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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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출길 막힌 중국 제품
제3국 비롯 전방위 확산 전망
조선기자재업 등 경쟁 내몰려
철강업계 타격은 더 심각할 듯
멕시코 유예에 현지 기업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도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도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 시간) 한 달간 전격 유예키로 결정하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세 전쟁’ 위협은 여전한데다 중국산 상품 전체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발효로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공세가 제3국 등 전방위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멕시코 등 대미 수출 교두보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 500여 곳은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멕시코에는 화승, 성우하이텍, 오토닉스, 스타리온, 에스제이지세종 등 부울경에 본사를 둔 지역 기업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시행 유예 결정에 안도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행사항 검토 시기인 2026년 전후 때까지 ‘관세 전쟁’ 위협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화승·성우하이텍 등 미국에도 생산 공장을 둔 지역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 원자재 확보 등의 다변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10% 부과가 발효되면서 지역 상공계의 시름은 깊어간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내수용으로 소화되지 못한 중국산의 수출 공세가 전방위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 수출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조선기자재업계도 마냥 낙관적이지 못하다. 업황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품질 개선으로 그동안 한국이 강점으로 부각되던 영역에서조차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중국산도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선주사 차원에서 중국업체 선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 조선기자재업체는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까지 갖춘 중국산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지만 기업 차원에서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고환율·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경우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된다면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철강 등에 대한 별도 관세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덤핑 공세를 펼쳐 수익 악화 등 피해를 볼 가능성이 되레 커진 셈이다. 국내 최대 기계부품소재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등 철강 산업 비중이 높은 부울경이 입을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선 관세보다도 중국 물량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 고민”이라며 “미국이 제조업을 보호하듯 지자체 차원의 규제책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관련 시장 보호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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