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엔 유예한 관세 폭탄, 중국엔 “예정대로” [트럼프發 관세 전쟁]
마약·밀입국자 단속 등 약속에
한 달 동안 접경국에 유예 조치
10% 추가 관세 맞은 중국 맞불
불확실성 ‘잠복’ 상태 긴장 여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전격적으로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4일(현지 시간) 0시 1분부터 발효됐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한 달 유예 조치가 한시적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으로는 유럽연합(EU), 산업별로는 반도체, 철강, 석유·가스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라 관세 전쟁의 위기감은 계속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하고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한 달간 유예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멕시코가 마약 및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1만 명의 군인을 즉각 파견키로 했다는 점을 들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으로 양국은 한 달간 통상 및 보안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키로 했으며 멕시코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 여부는 이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엑스에 글을 올리고 관세가 최소 30일간 유예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 투입 △국경에 마약 차단 인력 1만 명 투입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마약 및 범죄, 돈세탁 대응을 위한 양국 합동 타격 부대 발족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24시간 안에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중 정상 통화소식은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중국 10% 관세를 4일 0시 1분부터 발효했다.
이에 중국은 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맞불 조치'를 발표했고, 미국의 관세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다만 중국이 보복성 관세 부과 시기를 10일로 정한만큼 미·중 간 물밑 협상을 통해 '관세전쟁'을 피할 수 있는 협의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글로벌 통상 전쟁도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미국과 멕시코는 앞으로 한 달간 25% 관세 시행 여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해당 국가로부터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당연히 관세는 시행될 것”이라면서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댄 판은 “협상 방향과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시장은 이번 유예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협상 전략으로 쓰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 유예 결정이 관세 부과를 완전히 철회한 점은 아닌 점도 주목된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국정의 기본 구상이 바뀐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래 동안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를 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4일 “관세 부과 조치가 한 달간 연기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미국의 관세 조치와 각국의 대응이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수출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향후 유럽연합 등으로 미국의 관세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88개 대기업집단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세운 해외 법인을 조사한 결과, 25개 그룹이 해외 계열사 201곳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0곳이 캐나다, 91곳이 멕시코 법인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이 68곳으로 최다였고 현대차그룹이 28곳의 법인을 뒀다. 한화는 14곳, LG는 11곳을 운영 중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