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지렛대로 한 ‘충격과 압박’ 협상 전술 통했나 [트럼프發 관세 전쟁]
1기 때보다 매운 ‘미치광이 전략’
접경국 마약 차단 등 실질적 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세게 몰아쳤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한다고 4일(현지 시간) 전격 발표하면서 애초부터 관세가 ‘극한의 압박’ 도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라는 얘기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의 국경에 1만 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등 관세 유예를 위해 예정에 없던 비용을 치렀다. 미국 입장에서는 ‘맨입으로’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펜타닐을 차단한 동시에 국내 물가 인상 등 관세 부과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할 시간도 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25일, 중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 대한 관세를 처음 예고했을 때와 이달 1일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모두 불법 이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시작부터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거시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국경 안보와 마약 단속이라는 국내 정치적인 목표를 위해 관세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의미다. 관세라는 거대한 압박 수단을 활용해 미국의 사회 문제 해결에 지원을 받으려는 구상이었고, 이를 성공시켰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가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면서 외교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또다시 위력을 발휘하면서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국제 정치 전면에 다시 더 세게 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산업계와 노동계는 물론 국내 주요 언론에서 ‘동맹국도 봐주지 않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 투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를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려고 전술적 후퇴를 결정했다는 해석도 있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를 완화하고,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국정의 기본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관세 폭탄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해서는 예고한 10% 추가 관세를 예정대로 4일 0시에 발효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에는 시 주석과 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10일부터 일부 미국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번 관세 전쟁은 전선이 미국과 중국으로 좁혀져 시작하게 됐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