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죽방렴에 멸치 떼 몰려들자 어민 얼굴 모처럼 웃음꽃 ‘활짝’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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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 많아 내년 초 물량까지 확보
독특한 어업 세계유산 등재 기대

경남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에서 어민들이 죽방렴 멸치를 수확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 경남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에서 어민들이 죽방렴 멸치를 수확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

경남 남해 앞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 어업, 남해 죽방렴에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멸치가 사라져 곤욕을 치렀는데 올해는 평년 이상의 어획량을 보이면서 어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특히 어획량 증가는 올해 진행될 죽방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심사 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3일 남해군과 죽방렴 어민 등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지족해협 죽방렴에 멸치 떼가 몰려들고 있다. 죽방렴 멸치잡이는 3~4월에 시작돼 12월까지 이어지는데, 이미 지난해 어획량을 넘어선 어민들이 많다. 3대째 죽방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민식 씨는 “수십 년 동안 죽방렴 어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만큼 멸치가 잘 잡힌 적이 거의 없다. 싱싱하기도 싱싱하고 양도 풍족하다. 걱정한 정어리도 안 보인다. 올해처럼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방렴은 바다 한복판에 참나무 기둥을 세운 뒤 대나무를 엮어 만든 ‘V’자형 구조물이다. 물살과 물때를 이용해 고기가 안으로 들어오면 가뒀다가 필요한 만큼 건지는 재래식 어항으로, 지족해협에 23개, 인근 삼천포해협에 21개 등 남해 앞바다에 총 44개가 있다. ‘죽방렴 멸치’는 최상급 멸치로 인정받는다.

죽방렴 1곳당 어획되는 멸치 양은 보통 한 해 2~3t 정도로, 1kg당 3만 원씩 판다고 가정하면 연간 6000만~7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최근 들어 고수온 현상이 이어졌고 정어리 떼가 들면서 죽방렴 어획량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심각할 정도로 멸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멸치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정어리가 죽방렴에 들어와 멸치를 잡아먹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적어도 3~4배 많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어민들은 내년 초 판매 물량까지 모두 잡아 말려놓았을 정도다. 골칫덩이였던 정어리 떼도 올해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죽방렴은 550년 넘게 이어진 우리나라 대표 어업 유산으로, ‘남해군을 상징하는 전통 어업 경관’ ‘바다를 지키는 자연친화 적정 어업’ ‘‘지역경제 활성화 밑거름’이라는 현대적 가치까지 보유하고 있다.

군은 2021년 10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신청했는데, 이번 달 국제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 회의에서 서류 심사가 진행된다. 이를 넘어서면 현장 심사가 이뤄지는데, 죽방렴이 가진 전통 어업 방식과 경관적 가치, 죽방렴 어업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 받는다.

하홍태 군 해양환경국장은 “전통 소재인 참나무와 대나무를 활용한 죽방렴 원형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죽방렴 어업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이다. 지족해협 죽방렴어업시스템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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