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토마토 농가 침수, 재난 대응 제때 못한 인재”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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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구청 사전 배수 소홀 지적
지난달 20~21일 400mm 넘는 비
120mm 기준 대응, 강 수위 상승
인근 공사장 점검 부실 주장도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서 한 농민이 지난 폭우에 침수된 토마토 모종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서 한 농민이 지난 폭우에 침수된 토마토 모종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달 20일과 21일 부산에 400mm가 넘게 내린 폭우로 부산의 명물 대저토마토 농가들이 큰 침수 피해를 봤다. 이후 농민들은 폭우가 내리기 전, 지자체가 침수 예방을 위한 사전 배수와 배수로의 흐름을 막는 공사장 현장 점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인 재난대응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0~21일 부산에 400mm가 넘게 내린 폭우로 강서구 일대 주택·상가·공장 침수와 토사 유출 등 135건, 농경지 1760ha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대저동 토마토 농가 침수 피해가 컸다. 당시 200곳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농가들은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침수 피해 원인을 지목한다. 보통 빗물이 시설하우스 옆 배수로를 통해 평강천을 거쳐 녹산수문 쪽으로 빠져야 하는데 당시 물이 빠지지 않았고, 하우스에 물이 가득 찼다는 주장이다. 강서구 대저2동 정관마을에서 3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모 씨(44)는 “이번 폭우 때 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않으면서 모종이 물에 잠겨 피해가 커졌다”며 “피해액은 수천 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겨울철 출하를 제때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농가들은 지자체가 사전에 하천 수위를 제대로 낮추지 못한 점이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보통 폭우 예보가 나오면 구청이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천 수위를 낮출 수 있는 핵심 시설인 녹산배수펌프장을 사전에 가동한다. 이번 비 예보에도 강서구청은 사전 배수를 시행해 서낙동강 수위를 해수면보다 70cm 낮췄다. 이는 최대 120mm 정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조치였다. 하지만 이날 비가 400mm가 내리고 경남 김해·장유 방면 지천에서 빗물까지 유입되면서 서낙동강 수위가 바닷물보다 높아졌다.

농민들은 또 구청 측에 배수로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공사 현장 점검을 요구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평강천 인근에는 수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에코델타시티 3-3공구 공사가 한창인데, 건설업체는 대형 트럭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 물길을 막고 간이 다리를 설치했다. 폭우가 오기 전에 다리를 임시 제거하고 물길을 열어 놓아야 하지만, 건설업체가 그대로 놔둔 탓에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 설명이다.

강서구의회 박상준(강서 가) 의원은 “이번 폭우 때 구청 재난 대응이 부실한 게 드러났다. 자연재해보다 ‘인재’로 인해 농가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극한호우가 언제 또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평강천 지류 끝에서 낙동강 본류로 물을 바로 뺄 수 있는 위치에 펌프장 신설 등 대책을 마련해 농가 침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안전관리과 관계자는 “지난달 20~21일 50~120mm 정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이에 맞춰 사전 배수를 했는데 예상보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앞으로는 비가 많이 내릴 상황을 가정해 사전배수를 철저히 하고, 농가 침수 피해 원인에 대해선 전문가와 함께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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