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수산업, AI 접목해 예측 가능성 높인다 [WOF 제18회 세계해양포럼]
수산·블루이코노미 세션
수온·산소량 등 실시간 모니터링
먹이 자동화 ‘블루푸드 테크’ 주목
ICT 결합한 ‘스마트 양식’ 등 기대
지속 가능 해양 수익 창출도 기대
해양자원 보전, 미래세대에 혜택
데이터 관리 국제 협력 중요성 강조
수산업은 오랫동안 ‘1차 산업’이라는 인식에 머물렀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와 수산물의 불규칙한 생산량, 높은 노동 의존도 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하지만 오늘날 수산업은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접목되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온, 산소 농도, 수질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먹이 공급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양식 등 ‘블루푸드 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26일 제18회 세계해양포럼(WOF) 마지막 날 열린 수산 세션에서는 이러한 차세대 기술이 수산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논의됐다.
■AI 활용해 스마트 양식 실현
먼저 AI를 활용한 선진국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유럽연합(EU)은 어획량을 자동 모니터링하는 에브리피시(EVERYFISH) 프로젝트를 통해 어업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양 연구기관 신테프 오션(SINTEF Ocean)의 레이첼 틸러 박사는 “EU는 자동 어획량 등록 시스템을 통해 해양 자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어업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의 해양 데이터 기술 회사인 CLS의 장 피에르 쿠작 박사는 소형 선박의 어업 활동을 추적하는 피시엑스(Fish-X)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후 변화나 지리 등 방대한 해양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기술도 주목받았다. 독일 정부가 약 1500만 유로(한화 약 2130억 원)를 지원한 ‘마리스페이스엑스(Marispace-X)’ 프로젝트 이야기다. 독일 해양 데이터 관리 회사 노스아이오(North.io)의 얀 벤트 대표는 “지리 정보 시스템(GIS)을 활용해 해양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수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수산 양식업에 접목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논의됐다. ‘수산양식 디지털 전환을 위한 ICT’라는 주제로 발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성균 센터장은 “현실을 가상에 똑같이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양식장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어종을 효율적으로 키우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의 윤석진 박사와 국립부경대 최정화 교수는 AI가 어로 경로를 최적화해 연료 소비를 줄이고 어업 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수산 세션 좌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마창모 수산연구본부장이 맡았다.
■해양 데이터 수집에 첨단 기술 접목
AI와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지속 가능한 해양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블루이코노미’도 주목받고 있다. KMI 김민수 경제전략연구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블루이코노미 세션에서는 미래 세대가 해양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양 자원을 보존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세션은 해양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자율운항 드론, 과학 위성, 스마트 부이 등의 기술 소개로 시작됐다. 스마트 부이는 해양 환경이나 해양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첨단 부표를 뜻한다. KMI 전형모 AI분석지원실장은 “AI와 차세대 기술이 결합하면 해양 오염이나 적조 감지, 해수면 온도, 해류 분석 등을 통해 해양 생태계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정부 기관 차원에서 AI 센터를 설립하고 해양과 대기 데이터 분석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석경제학자인 모니카 그라소 박사는 “NOAA는 최근 AI 센터를 설립해 해양과 대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AI 연구 및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NOAA는 지난 7년간 미국 경제분석국(BEA)과 협력해 해양 경제 위성 계정(MESA)을 구축한 덕분에 미국 해양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국제 협력을 통한 해양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해양 관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많은 지역의 해양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클레어 졸리 과학기술혁신국 팀장은 “디지털화와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와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각국이 지속 가능한 해양 기술에 투자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