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제명 논란 확산… 공멸 부를 분열 정치 멈춰야
내홍 점입가경… PK 국힘 의원도 반발
거대 여당 견제할 세력으로 역할 필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국힘 중앙윤리위가 ‘당원게시판 여론 조작’을 이유로 한 전 대표를 전격 제명하자 당내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의 기간을 이유로 의결을 미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윤계 일부 인사들까지 “과한 징계” “당 통합이 우선”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초·재선과 중진, 광역단체장들도 잇따라 제명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국민 눈높이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보수 진영이 존망의 기로에 선 엄중한 시국임에도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내부 갈등이 당의 존립마저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발단은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이다. 익명성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전제로 한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게시됐고 그 작성에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리위는 이를 조직적 여론 조작이자 당 질서 훼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안을 근거로 전직 당 대표에게 곧바로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린 결정은 법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명은 공멸로 가는 길”이라며 분열과 충돌을 경고한 발언은 여권이 처한 위기 상황을 명확히 꿰뚫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반발이다.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여겨져 온 부산 정치권에서도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심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PK 의원들의 집단적 우려는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향해 있다. 중도층에서의 열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방치한다면 선거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친한계와 비한계를 넘어 중립 성향과 과거 친윤계로 분류됐던 의원들까지 징계 수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정당의 윤리는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에는 상황을 살피는 판단과 책임의 균형도 필요하다. 징계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힘은 지금 자신들의 처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고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책 경쟁과 국정 견제에 힘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에서 내부를 갈라 적대하는 정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다. 당내 초·재선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가 징계 보류와 통합의 리더십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국힘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의 공방이 아니라 여당을 견제할 유력 야당으로서의 역할 복원이다. 장 대표는 지금이라도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분열을 멈추고 절차와 통합의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번 논란은 당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