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서류 안 받는 尹… 헌재, 강제 전달 방안 채택 결심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회 가결 후 여러 차례 송달 불구
수취인 부재 꼼수 등으로 미배달
헌재, 오늘 공시송달 등 적용 예정
앞선 탄핵 대통령들은 곧장 송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닷새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닷새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부터 일주일째 탄핵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하면서 헌법재판소가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현재는 신속한 심리를 위해 서류를 받은 것으로 보는 ‘발송 송달’ 결정을 검토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릴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최대한 재판을 지연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헌재가 지난 16일부터 우편과 인편, 전자송달(행정시스템)로 보낸 탄핵심판 관련한 모든 서류를 받지 않았다. 헌재는 접수 통지서, 준비절차 회부 결정서, 준비절차기일 통지서, 출석요구서 등을 송달했으나 관저에선 대통령 경호처의 ‘수취 거절’로, 대통령실에선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미배달됐다. 윤 대통령에게 ‘12·3 비상계엄’ 포고령 1호와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준비명령 역시 배달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심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이 심판에 필요한 기일을 지정한 뒤 기일 통지서 또는 출석요구서를 송달해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탄핵심판 답변서는 수취일로부터 7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 송달을 늦게 받을수록 답변서 제출 시한도 늦어지고 헌재 검토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자송달 통지가 이뤄지면 확인하지 않더라도 송달로 간주할 수 있다. 헌재법 78조와 헌재 규칙에 따르면 전자문서의 경우 통지 1주일이 지나도록 확인하지 않을 경우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헌재 이진 공보관은 지난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서류 송달 간주 여부 등에 대해서 다음 주 월요일(23일)에 헌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신속한 심리를 위해 헌재는 23일 우편을 발송한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발송 송달’로 결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헌재는 발송 송달을 포함해 서류를 두고 오거나 직원 등에게 전달하는 유치·보충 송달, 게시판 등에 게재한 뒤 2주가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는 공시송달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탄핵심판 첫 단계인 송달부터 지연돼 다소 당혹스러운 분위기지만 오는 27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일정 변경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변론준비기일은 복잡한 사건에서 쟁점과 증거를 사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로 활용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3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런 윤 대통령의 ‘재판 회피 전략’은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들과 대비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다음 날 서류가 송달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가결 닷새 뒤 대리인단의 소송 위임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헌재가 인편으로 약 1시간 만에 송달했다. 이후 7일 뒤에 소송 위임장과 답변서가 회신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 지연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리인 선임을 늦게 해 준비를 못 했다고 주장할 경우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법조 생리를 잘 아는 윤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최대한 결과를 늦추기 위한 전략이다”며 “탄핵심판은 엄격한 민형사상 재판이라기보다 공무원 징계 절차로 정치적 재판 성격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 입장에선 절차적 흠결 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절차를 처리할 텐데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국회 추천 몫 3명의 후보자를 심사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임명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