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이주한 아동들 ‘한국어 교육’과 ‘심리 적응’ 정책 확대해야”
초록우산 올 6~9월 연구 조사 진행
‘아버지 역할’과 ‘부담감 해소’ 중요
“언어 교육·멘토 시스템 확대해야”
부산에 정착한 이주 배경 아동에게 ‘한국어 교육’과 ‘심리 적응’을 주요 축으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본부는 올 6~9월 ‘부산시 이주 배경 아동과 종사자 욕구 조사를 기반으로 한 정책 제안 연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각종 실태를 파악해 통합적 지원 체계와 방안을 찾아내고, 다문화 가족 인식을 개선하면서 사회 참여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와 복지연구소’ 연구진은 올 7~8월 부산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 150명과 관련 기관 실무자 8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올 6월엔 아동·청소년·부모 등 9명에 대한 그룹 인터뷰도 하며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아동·청소년 150명을 분석한 결과 어머니와 관계는 5점 만점에 평균 3.93점, 아버지와 관계는 3.49점이었다. 최근 1년 동안 스트레스를 가끔 경험한 비율은 52.4%, 자주 느낀 비율은 25.4%였다. 고민 주제는 공부(성적과 적성)가 28.9%, 진로 진학과 직업이 15.8%를 차지했다.
학교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5.8%로 조사됐다. 그중 협박이나 욕설이 35.7%, 집단 따돌림이 21.4%를 차지했다. 이주 배경을 학교 폭력 이유로 꼽은 비율은 28.6%였다.
다문화가정 자녀라 차별이나 무시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18.4%였다. 친구, 가족, 선생님과 이웃, 친척 순으로 차별이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응답했다. 차별을 당해도 63.3%는 참거나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도 언급했다. 한국어 교육 22.3%, 취미와 특기 적성 교육 12.3%, 학습 지원 12%, 한국 사회 적응 프로그램 11.4% 순으로 많았다.
연구진은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 사업에 종사하는 부산 전문가 집단을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실무자들은 국내 출생 아동·청소년에 필요한 항목을 학습 지원 20.3%, 심리 적응 프로그램 18.4%, 한국어 교육 15.9%, 진로 프로그램 14% 순서로 꼽았다. 중도 입국 아동·청소년에겐 한국어 교육 26.9%, 한국 사회 적응 프로그램 23.6%, 학습 지원 15.4%, 심리 적응 프로그램 14.4% 순으로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러한 조사들을 바탕으로 우선 아버지 양육 태도가 중요하단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한국인 아버지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자녀뿐 아니라 이주 배경 배우자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학년이 돼도 아버지와 관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며 아버지 역할을 높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지킬 방안이 중요하다는 결론도 나왔다. 연구진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을 구하길 더 원한다”며 “초등학생 시절보다 중고등학생 때 한국 사회 적응에 피로도가 높아지는데, 특히 중도 입국 청소년은 사회적 진입 장벽이 높아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 적응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결론도 나왔다. 연구진은 “한국 사회에 적응이 빠르면 본인이 가정 집단을 대표한다며 부담감을 가지는 사례도 있다”며 “가출로 떨치려는 경우도 있기에 관련 주제로 상담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연구진은 한국어 교육, 심리 적응 등 2개 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교와 가족센터 등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어도 수요를 맞추진 못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특히 초등 고학년 이상은 한국어 습득 기간이 더욱 길어지는데, 언어 교육을 받을 시간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했다.
친구나 지인에게 정보를 얻는 아이들 특성상 별도 상담 시설보다 ‘멘토링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중도 입국, 한국 출생 등 상황에 따라 특성이 다른 만큼 지원 체계를 차별화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