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마음·부처·중생 '무차별'
불교에서는 흔히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여기서 마음은 본래면목(本來面目), 즉 분별심이 일어나기 이전의 본래 마음을 뜻한다. 그 연장선이 “본래면목을 보면 부처를 보리라”는 말이다. 밖에서 부처를 찾지 말고 자기 안의 본성을 깨달으라는 뜻이다. 부처는 먼 곳에 있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누구나 본래 지니고 있는 마음의 본성 안에 있음을 일깨운다. 탐진치, 즉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 가려져 있을 뿐, 본래의 맑은 마음을 바로 보면 곧 부처의 세계를 본단 얘기다. 그러니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것이다. 고려의 고승 지눌은 “깨달음은 먼 데 있지 않고 자기 마음을 바로 보는 데 있다”고 했다.
“중생이 곧 부처다”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평범한 사람들 안에도 이미 부처의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불교는 이를 거울에 비유하곤 한다. 먼지가 쌓이면 얼굴이 비치지 않지만, 거울 자체가 망가진 것은 아니다. 닦아 내면 본래의 맑은 빛을 되찾듯 중생의 마음도 본래는 맑고 밝지만 욕심과 분노, 집착이 이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본성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의 먼지를 얼마나 걷어 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를 아우르는 말이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이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본래 차별이 없다는 뜻이다. 중생은 무지와 욕망에 갇혀 있고 부처는 그것을 벗어나 해탈한 존재이지만, 마음의 근원에서는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 생각 돌이키면 중생의 마음 또한 부처의 마음과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화엄경에 나오는 이 구절은 불교의 핵심 사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최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어에서 이 구절을 꺼냈다. 스님은 현대 사회의 극심한 갈등과 불안의 원인을 ‘원만한 본성’, 곧 본래면목을 보지 못하는 데서 찾으며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조금도 차별이 없다는 안목으로 세상을 보라”고 당부했다.
선거철만 되면 유독 세상은 더 소란스럽다. 상대를 향해 비난하고 자신만 정의롭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자기 마음의 먼지를 돌아보는 데는 인색하다. 불교의 눈으로 보면 사람은 누구나 욕심과 집착, 분노의 먼지를 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남의 허물을 탓하기보다 자기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부처님 오신 즈음에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