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과와 보상
최혜규 경제부 부장
AI 시대 극소수 대기업 이익 독식에 박탈감
국가가 산업 성과와 보상 구조 다시 물어야
지역 격차 완화 중점 둔 재정투자 전략 기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보다 ‘삼전닉스’가 더 화제다. 두세 명만 모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다. 주가 이야기를 할 때는 주식을 전혀 모르던 사람조차 텐배거(10배 이상 수익률)니 하는 말에 솔깃할 수 있었는데 이어나온 억대 성과급 뉴스에는 그만 허탈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비수도권 월급쟁이들에게는 로또 당첨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제 연봉보다 몇 배는 많은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급은 박탈감조차 들먹이기 어려울 정도로 ‘딴 나라 이야기’다.
“마음이 무겁다.” 어렵게 노사협상이 타결되고 노조 투표 중인 삼성전자 성과급과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낸 논평이 그나마 가까운 감상이다. 중기중앙회는 “삼성전자 노사협상을 지켜본 중소기업 근로자와 사업주는 마음이 무겁다”며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 논쟁에서 협력 중소기업에 정당한 대가와 보상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금 격차는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분석해보면 반도체 업종이 포함된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상용근로자는 월 942만 원, 300인 미만 임시일용근로자는 월 176만 원을 받아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라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삼전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사태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기존 양극화와 다른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을 넘어 극소수 대기업에 이익이 쏠리는 구조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국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넘겼다. 같은 기간 수출에서도 상위 10개 기업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수출 기업 6만 7531개 중 단 0.015%가 국내 수출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군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호소한다. 삼성전자처럼 한 기업 내에서도 사업 부문에 따라 성과급이 갈리는 합의안에 노노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같은 명문대를 나와 삼성전자에 간 동기들을 보면서 씁쓸해하는 다른 대기업 직원, 메모리사업부의 성과는 산업 특성과 구조적 요인 덕분이지 직원들의 노력이 달랐던 건 아니라는 삼성전자 직원의 이야기도 보도됐다.
이와 같은 반응은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소위 ‘인국공’ 사태를 전후해 대두된 공정과 능력주의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때의 ‘공정’ 담론이 시험을 불변의 잣대로 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시대와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구조적인 변수가 기존의 잣대를 뒤흔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극단적인 양극화와 산업 편중, 끝없는 비교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불행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의 합의안 투표는 27일까지다. 정부까지 중재에 나서고 글로벌 공급망이 숨죽인 논란은 기업 차원에서는 일단락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기업의 성과는 누구의 것이고, 투명한 보상 체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삼성전자 노사는 나름의 답을 찾았고, 협력업체 동반성장, 지역사회 공헌, 산업안전 등을 위한 재원 조성과 운영계획 등 상생방안도 내놓기로 합의했다.
다음은 국가의 차례다. AI 시대에 사회가 산업의 성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기준으로 보상 또는 배분할지 물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기업의 성과인 동시에 정부의 세액 공제와 지역사회 자원을 토대로 성장한 국가전략산업의 성과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이익으로 인해 발생할 초과 세수를 격차 완화와 미래 사회 안전망의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배경이다.
‘국민배당금’이라는 표현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올해 국가 전체의 법인세수 목표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만으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세수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 실장은 구체적으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노령연금 강화, 예술인 지원, 인공지능 시대 전환 교육 계좌 등을 들면서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지역 격차 완화는 재정투자의 주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역 격차는 여러 구조적인 불평등의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태어나고 살고 있는지에 따라 일자리와 임금이 달라지고, AI 활용과 생산성까지 차이가 난다면 정부는 그 격차를 메우는 데 재정을 투입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해 실업을 당할 기회조차”(국립부경대 홍장표 명예교수, 〈한겨레〉 인터뷰) 없는 청년들도 자부심을 갖고 성과를 내고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