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 유도’ 대신 ‘평화공존 두 국가’로 180도 전환…李정부 첫 통일백서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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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논란 일으킨 정동영 장관 ‘두 국가’ 입장 명시
野 “위헌적” 비판 불구 현실론 고수, 다만 ‘통일 지향’은 담아
용어도 ‘평화’ 늘고 ‘북한 인권’ 대폭 감소…남북관계 단절은 계속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정책을 담은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가 18일 나왔다. ‘평화적 두 국가’ 주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통일부의 안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전반을 정리한 ‘통일백서 : 2025 한반도 평화공존의 기록들’을 발간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 출범 당시 완전한 단절 상태였던 남북관계를 평화공존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담은 이번 백서는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 유도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당시 백서 기조와 내용과는 180도 달라졌다. 백서는 제1장부터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3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에 대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통일부의 입장을 명시했다. 지향점은 다르지만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정 장관이 지난해 ‘평화적 두 국가’를 언급한 이후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우리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한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 두 국가을 언급하면서 ‘통일을 지향하는’이라는 단서를 함께 달았는데, 헌법상 평화통일 원칙과의 충돌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의 대전환은 용어 사용에서도 확인된다. 발간사와 목차, 본문과 부록을 통틀어 작년과 올해 백서의 용어(해당 용어 포함 단어까지 합산한 기준) 빈도를 비교할 때 ‘평화’ 또는 ‘평화공존’은 108회에서 627회로 급증한 반면, ‘북한인권’은 288회에서 47회로, ‘자유’는 118회에서 16회로 급감했다. 또 ‘북한이탈주민’은 작년에는 412회 나왔지만, 올해는 ‘북향민’ 표현으로 대체되며 42회만 언급됐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이런 화해와 협력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백서 통계에서도 남북관계 단절은 지속됐다. 남북 간 왕래 인원은 5년 연속 없었고, 남북교역액은 3년 연속 전무했다. 1995년 시작된 대북 인도적 협력 지원액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전혀 없었다. 남북 간 연락채널도 2023년 4월 7일 북한의 일방적 단절 후 복구되지 않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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