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속의 야수’는 누구인가
■AI 시대, 전쟁의 미래/조지 M. 도허티
AI 시대, 전쟁의 미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동안 ‘비대칭 무기’라는 새로운 용어를 접하게 됐다. 이전에는 적 함대 전함의 숫자가 12척이라면 아군 함대도 비슷한 수를 배치해야 했다. 하지만 로봇 정밀 무기의 등장으로 이러한 규모의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자폭 드론을 비롯한 값싼 소형 정밀유도무기가 탱크, 군함, 전투기 같은 천문학적인 가격의 전통적인 군사 무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중동 여러 국가에 있는 미군 기지 10여 곳의 활주로와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 항공기 수십 대, 지휘 본부, 항공기 격납고 등이 이란군에 공격당해 복구 비용이 최대 50억 달러(약 7조 3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평지에 항공기가 노출되어 있는 공군 기지는 이제 정밀무기의 이상적인 표적이 되었다.
전차나 함대의 대열 같은 대규모 전력이 전장으로 이동하는 전통적인 장관은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세 과시를 했다가는 사격연습장에서 줄줄이 나오는 표적의 운명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군사기술 논픽션 작가이자 미 공군의 과학기술 전략 수립을 설계했던 저자가 쓴 <AI 시대, 전쟁의 미래>는 눈앞의 중동 전쟁을 읽는 교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고도 공중’이라는 새로운 전투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드론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저고도 공역에서의 전투를 말한다. 이 영역에서 드론은 작전에 맞게 대형을 갖추고, 인간 병사들과 팀을 이뤄 지상군처럼 싸운다. 낮은 고도 덕분에 지형지물을 엄폐·은폐물로 활용하고 지상 병력을 직접 지원한다. 인간과 로봇이 팀을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미래 전쟁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로봇 무기는 모든 타격을 ‘행운의 한 발’로 만들어낼 수 있다. 무기는 표적뿐만 아니라 표적 내의 특정한 조준점을 명중시키기도 한다. 이미 1991년 걸프전 당시 F-117 스텔스 공격기 조종사는 레이저 유도 폭탄을 이라크 방공 본부 중앙 환기구 내부로 유도해서 단 한 발로 건물을 완파했다. 현대식 폭탄으로 뚫을 수 없는 벽이 없어졌으니, 과거 가장 안전했던 요새(要塞)는 죽음의 덫이나 다름없어졌다.
만약 우리가 AI에게 “우리의 적은 모두 죽여라”라고 명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의 원제는 ‘Beast in the Machine(기계 속의 야수)’다. AI가 알아서 자율성을 행사하기를 기대한다면 법적 금치산자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꼴이다. 우리가 창조하는 로봇과 AI가 위험한 것은 인간이 위험해서다. 바로 우리가 ‘기계 속의 야수’다.
그동안 너무 방관자적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멀리서 벌어지는 안쓰러운 일로 여기고, 기름값이 올랐다고 불평하는 데 그쳤던 것 같다. AI 시대에는 우리가 로봇 전쟁에 관심이 없더라도 로봇 전쟁은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는 오싹하다. AI와 로봇 무기가 바꿔놓을 전쟁의 미래는 어쩌면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K방산의 눈부신 성취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와 함께 첨단 무기의 확산이 가져올 위험성에 관해서도 관심을 더 기울여야겠다. 조지 M. 도허티 지음/유강은 옮김/김영사/472쪽/2만 68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