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피 7300P 돌파, 물가 상승·실물 괴리 우려도 커져
반도체 견인, 한국 자본시장 새 이정표
국민 다수 느끼는 경기 회복 이어져야
코스피가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6000P 고지에 오른 지 2개월여 만에 꿈의 7000P를 돌파했다. 6일 코스피는 7384.56P로 장을 마감하며 한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등세가 지수 상승을 견인한 덕분이다. 하지만 경이적인 신기록 이면에서 울리고 있는 경고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증시 랠리가 곧바로 실물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가 꿈틀대고, 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증시 호황이 국민 다수의 체감 경기와 괴리가 반복되고 있다. 코스피 7000P 돌파를 기뻐하되 경제의 기초 체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은은 당초 성장 둔화를 걱정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7%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회복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물가 자극 요인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제 유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와 지자체의 고유가 지원금도 시중에 풀려 우려를 키운다. 증시 과열과 빚투 확산이 동반되고, 유동성이 위험 자산에 몰려 자산시장 거품과 가계부채 부담을 키울 가능성을 제때 차단하는 정책 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호르무즈 사태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급등한 탓이다.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상승률은 3% 후반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 유가 상승은 항공료와 외식비, 생활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증시는 뜨겁지만,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무거워지고 있다. 게다가 내수 침체는 길어지고 자영업 폐업은 늘고 있다. 청년층 취업난과 가계부채 부담도 해소되지 않았다. 체감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증시만 치솟아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실물 경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와 낙관이 아니라 냉정과 균형감이다. 코스피 7000P 돌파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심리적·상징적 고지에 올라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은 공급망 불확실성, 고물가, 고환율 등의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강한 상승 동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분명해졌다. 실물 기반 없는 자산 가격 급등은 큰 부작용을 동반한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과열을 경계하면서 물가 안정과 실물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 다수가 체감하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코스피 7000P 시대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