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어머니날? 어버이날!
1920년대 대한독립청년단을 결성해 항일 무장투쟁 활동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른 이가 있다. 조신성 애국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 지사는 이후 평양에서 도산 안창호가 설립한 진명여학교에서 교장으로 민족교육에도 진력한다. 근우회와 여성실업장려회 활동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상해 임시정부에 보내는 등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해방을 맞았다. 이후 1945년 북한에서 월남한 뒤 대한부인회 부총재를 역임했고 1953년 5월 부산에서 80세를 일기로 병사했다. 조 지사의 장례일은 5월 8일로 잡혔고 장례식에 모인 대한부인회 회원들은 조 지사를 기리며 그날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어버이날이 5월 8일이 된 것은 조신성 지사의 장례일이 어머니날이 되면서였다. 정부는 대한부인회가 어머니날로 부르던 날을 6·25전쟁 이후인 1956년 국가기념일로 정했고 그 17년 뒤에는 어버이날로 바꿨다. 어머니날이 어버이날로 바뀐 것은 “왜 아버지날은 없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행 노인복지법 제6조에는 ‘부모에 대한 효 사상을 앙양하기 위하여 매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한다’고 규정돼 있을 정도이니 어버이날이 기리는 대상은 부모를 넘어 조부모까지 확대됐다고나 할까.
이처럼 부모를 비롯해 조부모까지 함께 기념하는 대한민국 어버이날과는 달리 외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별도로 기념해 온 게 대세였다. 미국은 1910년대부터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날로 정해 기념해 왔다. 7월 넷째 일요일을 어버이날로 부르고 있으나 최근에서야 생긴 기념일이다. 일본도 미국처럼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어버이날은 국가기념일이지만 법정 공휴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어린이날이 공휴일인 만큼 부모와 조부모를 기리는 날도 공휴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0년대부터 본격화한 여론을 등에 업고 국회에서는 그동안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관련 법안만 14회 이상 발의됐다. 하지만 공휴일 과다로 인한 각종 사회적 부담과 포퓰리즘 논란으로 법안은 흐지부지돼 왔다.
또 다시 어버이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이번 주말까지를 ‘가족 주간’으로 정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