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6·3 지방선거와 부산의 대망
전국적 지선 ‘핫플’로 떠오른 부산
여야 격전 칼바람 지역 역동성 깨워
대선 주자급 정치인 탄생 기대도
박형준·전재수 누가 되든 차기 주자
한동훈·하정우도 정치적 명운 걸려
눈 부릅뜨고 찾아야 할 지역의 미래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부산이 뜨겁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부산이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선거일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부산의 선거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난 총선에서 보듯 막판 보수 결집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맞붙은 부산시장 선거전은 이번 지선에서 여야의 명운을 가를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게다가 북갑 보궐선거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빅 매치’가 성사돼 부산이 전국적 지선 ‘핫플’로 떠올랐다.
지선 D-30일을 전후해 여야 지도부가 부산을 찾아 세몰이에 나선 것도 지역의 존재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가 후보들로서는 피를 말리는 싸움이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경쟁이 없는 도시에 혁신의 바람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모처럼 불어닥친 여야 격전의 칼바람은 유권자 마음속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특히 부산이 전국적 주목을 받으면서 대선 주자급 정치인 탄생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풀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후보에게는 이번 지선이 최대 위기이자 기회다. 전국적 정치 상황과 맞물린 탓이기도 하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선거 초반 전재수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크게 밀리며 위기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지지율이 최근 오차범위 안으로까지 좁혀지면서 역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여전히 골든 크로스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선거 막판 반전의 서사를 완성한다면 보수를 벼랑에서 구한 차기 주자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박 후보는 재임 5년 동안 부산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도시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역설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세계도시 부산의 비전이 시민 체감과 여전히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이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듯 야당 시장으로서 리더십 한계에 봉착할 우려도 여전하다. 남은 선거기간 집권 여당의 벽을 뚫고 자신이 5년간 축적한 시정의 에너지를 어떻게 폭발시킬지 결기로서 증명해야 하는 게 그의 앞에 던져진 숙제다.
이재명 정부 첫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해수부 부산 시대를 이끌며 일찍이 여권 주자로 대세를 형성한 전재수 후보가 부산시장에 오를 경우 역시 진보 진영의 차기 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 시장이라는 존재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특히나 민주당 유일의 부산 3선 국회의원이라는 서사가 해양수도권이라는 비전과 결합해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할 경우 노무현과 문재인의 뒤를 잇는 정치인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문제는 남은 선거기간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와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가 지방 권력을 장악하면서 부산 경제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려면 2018년 지방 권력이 민주당에 통째로 넘어갔을 때 어떤 희망을 보여줬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남은 선거기간 이 모든 의혹과 의구심을 뚫고 일 잘하는 시장으로서 해양수도 부산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그의 꿈도 현실이 된다.
한동훈 후보가 북갑에서 당선되면 보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활할 수도 있다. 북구에 뼈를 묻겠다는 그의 결행이 성공하면 낙동강 벨트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힘 후보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결정된 가운데 삼자 구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낙동강 전선은 그의 정치적 무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손 털기’와 ‘오빠’ 논란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정치 초년병 하정우 후보도 ‘북갑 대전’의 승자가 될 경우 부산의 새로운 지도자로 성장 가능하다. 서울 언론들이 국가 AI 백년대계를 팽개쳤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도권 중심의 시각이다. 정치적 귀향을 계기로 부울경 제조업의 AI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미래 지향적 지도자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6·3 지선이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경로의존의 고리를 끊고 부산이 도약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마침, 전국적 관심 속에 부산의 판이 커졌다. 이 에너지를 지역 도약의 동력으로 만들 것인지, 정치적 이벤트로 소모할 것인지는 후보와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 전국적 정치 바람에 휘둘리지 말고, 누가 지역을 살릴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역의 미래도 큰 정치인도 결국 유권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