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원전 수출 총괄…정부, 수출창구 일원화하는 ‘원전수출진흥법’ 제정 추진
연내 입법 목표…집안싸움' 막고 수출역량 제고
사업 개발부터 계약 체결까지 한전이 총괄 수행
실제 계약 땐 한수원도 공동 주계약자로 명시
정부가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관련 법 제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형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정부가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를 전면 개편해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관련 법 제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한전에 원전 수출 총괄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의 '원전수출진흥법'(가칭)을 연내 제정할 방침이다. 원전 공기업의 수출 체계와 운영 방안을 법적으로 규정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는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지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법제화는 한전과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를 두고 해외에서 벌인 법적 분쟁 즉, '집안싸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2021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 9월 4호기까지 차례대로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원전인 바라카 원전 사업은 한전이 주계약자를 맡고, 한수원은 시운전·운영 지원을 담당했다. 당초 2020년 완공 목표였으나 4년가량 지연되면서 공사 기일 지연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약 1조 4000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이 비용을 주계약자인 한전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UAE 측으로부터 먼저 정산을 받아야 줄 수 있다고 맞서면서 양사는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본래 원전 수출은 한전이 전담했으나, 2016년부터 한전과 한수원이 지역을 나눠 수주하고 있다. 미국·UAE·베트남 등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지역은 한전이 맡고, 체코·루마니아·필리핀 등 설계 변경이 필요한 지역은 한수원이 전담하는 식이다.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간의 원전 수주 과열 경쟁과 추가 공사비 정산 갈등 등 부작용이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수출 체계 일원화를 검토해 왔다.
그 결과 정부는 대외 인지도와 협상력, 자금 동원력이 앞선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전은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서 해외 원전 수출과 관련한 사업 개발부터 타당성 조사, 발주처와 협상, 입찰, 계약 체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해 수행하게 된다. 다만, 실제 계약 시에는 한수원을 공동 주계약자로 명시하기로 했다. 바라카 원전 사업 이후 불거진 공사비 정산 갈등과 같은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한전에 강력한 총괄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원전 수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원전 수출 관련 계약 체결, 지식재산권의 이관 및 변동, 대규모 차입 및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정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며, 정부는 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법안에는 국내 원전 기업들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 방안도 명문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장 개척 및 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금융 지원과 정부 출연은 물론 별도의 기금 설립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원전 수출 전문 인력 양성, 제품 및 기술 개발 지원, 글로벌 인증 획득 지원 등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로, 최종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