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선거, 선거보도의 패러다임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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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6월 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역설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이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지만 언론의 선거보도가 의제 설정,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 권력 감시, 정치 참여 유도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서 유권자에게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디어 선거 시대에 유권자는 언론이 설정한 의제를 통해 후보자를 인식하고 정치적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이렇게 언론은 유권자가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인지적 지도를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 밀착형 공약이 중요한 지방선거에서 언론의 보도는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는 필수적인 여과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 선거보도의 현주소를 보면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마식 보도 경향이다.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지지율의 미세한 등락에 천착한 승리지상주의식 보도가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후보자의 정치적 수사를 직접 받아 그대로 옮겨 적는 따옴표 보도도 성행한다. 후보들 간의 비방과 폭로를 검증 없이 받아쓰는 행태는 정치를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유권자의 확증 편향을 심화시켜서 결과적으로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은 실종되고 진영 논리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언론이 관행에서 벗어나 선거보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슈 중심 보도로의 전환이다. 지역의 현안과 난제가 무엇인지 언론이 먼저 발굴하는 의제 설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지역 10대 의제를 제시하고, 후보들에게 해법을 묻는 방식의 선거보도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언론이 유권자들을 대신하여 4년 후 지역의 청사진을 먼저 그려 제시해야 한다. 후보들 간의 단순한 지지율 비교 보도가 아니라 후보별 공약을 비교하여 현실성과 예산 확보 가능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분석 보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후보자 자질과 공약의 검증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언론은 선거 국면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흑색선전이 유권자를 현혹하지 않도록 후보자의 자질을 이력 분석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하여야 한다. 후보자의 주장과 발언은 직접 인용을 지양하고,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중립적인 표현으로 보도해야 한다. 공약 검증은 단순 팩트체크를 넘어 근거를 제시하는 해석적 보도를 통해서 공익에 부합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분야 취재원을 적극 발굴하여 각계 각층의 전문가의 견해가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사후 검증의 상설화다. 선거 시기에만 집중하는 반짝 보도 관행을 버려야 한다. 선거 이후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나 당선인의 행보를 추적하는 연속적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거 공약이 실제 예산 편성과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는지 지속적인 추적 보도를 통해서 선거보도의 시계를 선거 당일 이후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유권자가 투표의 효능감을 느끼고 선거 참여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이 노력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학습의 장이다. 선거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단순한 관찰자나 메신저에 머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언론이 선거보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서 대의민주주의의 나침반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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