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의 세상톡톡]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믿는 구석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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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총선 직전 중도층 반감 키운 행보로
의회 독재 길 열어준 윤 전 대통령

지선 눈앞 중도층 확장 외면 행보로
자당 후보에게도 외면 받는 당 대표

총선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자폭
지선 이후 장 대표의 선택지는 무엇?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기관이 서로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는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면 어떤 권력이라 하더라도 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진 장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왕의 독재만이 아니라 다수의 독재도 막아야 한다며 미국 헌법에 권력 견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학 개론 차원의 설명과는 달리 대한민국 현행 헌법은 실제로는 독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군사정권 독재 재발을 막기 위해 출범한 1987 체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개정 헌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이는 당시 군사정권 독재 재발 방지 장치로 국회의 통제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돼서다. 그럼에도 이런 방향의 개헌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국회에 일방적인 다수파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그 희박한 가능성은 현실이 됐고 그럼으로써 국회를 제어할 헌법상의 장치는 별로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대치 상황이 살벌할 경우 국회의 일방적 다수파가 벌이는 폭주는 의회 독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의 최종 목적이 그냥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아니라 국회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돼야 맞다. 흔히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들 하지만 국회가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고 여야 간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면 대통령이 대놓고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총선 직전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특검 요구 등에 사과와 정리보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티기만 한 게 아니라 선거를 지휘하던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여기에다 채 상병 사망 관련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문제적 인사를 감싼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총선을 염두에 뒀다면 결코 취하지 않았을 이 같은 태도로 인해 중도층 반감을 키운 결과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총선이 임박하기 전 국민의힘이 과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던 터라 윤 전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다. 총선 결과를 납득했다면 자신의 태도로 인해 총선 패배가 빚어졌다는 반성이라도 있었을 터이다. 결국 총선 패배로 인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야당이 의회를 개헌 가능선 근처까지 장악한 이상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 시기부터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론을 내세운 듯하다. 자신의 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정할 수 없는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최근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정계 인사가 또 등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윤 어게인’ 세력과의 확실한 절연이나 계엄에 대한 명확한 반성 대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 그는 윤 전 대통령만큼이나 중도층 확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여권의 텐트를 넓혀 선거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당내 정적 제거나 강성 지지층 결집에 대한 의지가 더 큰 모습이 두드러져서다.

최근에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벌어진 뜬금없는 ‘빈손 방미’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당 대표와 선을 긋고 독자적인 선대위를 구성하는 지역이 늘고 있을 정도지만 그의 행보는 여전히 그런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중도층 반감을 키우는 그의 행보는 윤 전 대통령의 그것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후보들의 각자도생식 선거운동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영 대결 양상에서 후보들의 개인기로 승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시중에 떠도는 말처럼 여권에 참패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본인의 기대와 다른 성적표를 받았을 때 장 대표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은꼴을 보인 그는 아마도 윤 전 대통령처럼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신의 인지로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래서 계엄을 선포했다가 자폭했다. 혹시 장 대표가 믿는 구석은 강성 지지층을 이끌고 부정선거론을 외치며 거리로 가는 방안인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그것은 자업자득일 것이다. 다만 견제와 균형이 더욱 무너질 수도 있는 현실이 우려될 뿐이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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