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구·매기가 안내하는 150년 전의 부산
부산시립박물관 개항 150주년 기획전
‘바다를 건너간 녀석들’ 5월 17일까지
영상과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꾸며
흥구, 매기 캐릭터 만나는 재미도 있어
부산시립미술관 개항 150주년 특별기획전 ‘바다를 건너간 녀석들’ 전시장. 김효정 기자
카카오프렌즈로 유명한 호조 작가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흥구(오른쪽)와 매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부산시립박물관의 개항'50주년 전시는 흥구와 매기가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헉! 제목이 이렇게 과감해도 되려나?”.
부산시립박물관이 진행 중인 부산 개항 150주년 기획전시 제목이 ‘바다를 건너간 녀석들’이다. 무엄하게도 150년 전 우리 조상을 ‘녀석들’이라 표현했다는 말인가. 사립도 아닌 부산시 대표 공립박물관인데 아무리 관심을 끌고 싶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다행히 현장을 가니 이 같은 걱정이 일시에 사라졌다. 오히려 시립박물관의 참신한 시도에 칭찬과 박수를 보냈다. 제목에 등장한 ‘녀석들’은 개항시기 바다를 건너 우리 조상이 아니라 부산시립박물관이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 흥구와 매기였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에 귀여운 외모,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흥구와 매기의 매력에 빠져 전시장을 들어가면 어느새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부산항의 지난 150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치고 있다.
초량왜관을 중심으로 처음으로 외국과 교류가 시작된 부산의 위치와 국제적 역량을 볼 수 있다. 당시 초량왜관을 묘사한 그림과 기록을 보면 지금 시대에 활발한 국경 시장이 당시에도 형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항 이후 부산의 변화와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물을 받아들이고 어울리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전달된다. 그림과 기록물, 영상과 유물까지 더해져 관람객을 당시 현장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한국에 최초로 부산에 커피가 들어왔고 즐겨 마셨다는 기록을 담은 해운일록을 보며 ‘커피 도시 부산’이 얼마나 당위성을 가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각 나라 공관들의 위치를 그린 지도에선 글로벌 도시 부산이 이 당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명실상부 국제 도시이자 해상 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하기까지 부산의 근현대사가 감각적인 영상으로 펼쳐진다. 보통 도표와 글 위주로 소개되지만, 이번 기획전은 영상을 활용해 모든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영상미와 재미가 합쳐져 관람객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김준근 작가의 풍속화는 개항 시기 여러 나라에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았다.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풍속화를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부산을 그린 병풍.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흥구와 매기 캐릭터의 원조인 부산 동래 작가의 호랑이 그림(왼쪽)과 매 그림. 이번 전시 마지막에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이번 전시 제목이자 전시를 이끌어가는 화자인 흥구와 매기의 비밀은 전시 마지막에 신비롭게 드러난다. 전시 마지막에는 부산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부산 동래 화가들의 호랑이와 매 그림이 걸려 있다. 흥구와 매기는 이 그림에서 현실로 나와 개항 당시로 시간 여행을 했다는 설정이다.
사실 흥구와 매기는 개항 당시 수출품 중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상품이다. 특히 부산 작가가 그린 호랑이와 매 그림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았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각 지역의 박물관에는 호랑이와 까치, 호랑이와 매를 그린 그림들이 정말 많은데 어떻게 부산 화가의 작품이라고 콕 찍어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부산 동래지역 화가의 호랑이 그림은 특징이 있다. 얼굴과 꼬리에는 점박이 형태의 무늬가 있으며 몸은 호랑이의 줄무늬가 있다. 섬나라 일본은 호랑이도 범도 살지 않았기에 당시 호랑이와 범을 구별할 수 없었다. 두 가지 문양이 혼합된 호랑이 그림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곳이다. 매 그림 역시 부산에서 그린 작품에는 좀 더 부리부리하고 호기로운 기상이 느껴진다.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사들은 호랑이 그림에 관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그 어떤 박물관의 그림보다 부산시립박물관의 부산 호랑이가 훨씬 멋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 자부심은 마침내 이번 전시에서 부산시립박물관의 캐릭터로 되살아났다.
흥구와 매기의 탄생에는 놀라운 배경이 있다. 흥구와 매기의 아버지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만든 호조 작가이다. 워낙 유명해서 협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알려졌는데, 부산시립박물관의 진심에 흥구와 매기가 부산시립박물관에 올 수 있었다. 부산시립박물관은 흥구와 매기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며 오는 5월 중 굿즈샵도 문을 열게 된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장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개항 150주년 전시를 캐릭터 스토리텔링이라는 친근한 방식으로 풀었다. 흥구, 매기와 함께 국제도시 부산의 변화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이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051-610-7141.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