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강화” “행정력 낭비” 상징 꽃 교체 ‘설왕설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함박꽃을 홍매화로 변경 추진
수영구 ‘구화’ 교체 설문 조사
호응 괜찮으면 7월 조례 개정
“더 급한 현안에 집중” 의견도
수영구가 구화를 홍매화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영구 일대에 피어난 홍매화. 수영구청 제공
지역 상징물인 구화(區花)를 변경하려는 부산 지역 한 지자체의 계획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역과 무관한 상징물을 교체하는 일은 필요하다는 주장과 구화를 바꾸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맞선다.
22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구화를 함박꽃에서 홍매화로 변경하기 위한 주민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수영구청 카카오톡 채널과 SNS를 통해 이뤄진다. 구청이 제공하는 QR코드에 접속하면 설문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구청이 구화 변경 사업에 나선 것은 지역 내 유적인 동래고읍성 학술용역이 발단이 됐다. 통일신라 시대 유적인 동래고읍성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래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꽃이 홍매화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매화는 지금도 늦겨울 수영사적공원 등에서 만개한다.
이에 구청은 지역과 연계성이 낮은 함박꽃 대신 홍매화로 구화 변경을 추진하며 지난해 9월에는 동래고읍성과 홍매화 간 연관성을 다루는 포럼도 열었다. 또 올해 개청 30주년을 맞이해 주민들이 홍매화 묘목 300주를 동래고읍성 터에서 직접 키우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역 상징물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구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조례가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시설물과 안내문 등에 구화 표기 교체 작업이 이뤄진다. 수영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의견 수렴 결과를 검토한 뒤 오는 7월 구의회 임시회에 관련 조례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구화가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상징물이 아닌 만큼 교체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추진에 앞서 구화를 바꿔야 한다는 별도 민원이나 공식적인 의견 제기는 없었다. 지역 주민 김 모(32) 씨는 “수영구 토박이로 사는 동안 구화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를 바꾸는 데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더 급한 지역 현안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구화를 변경한 지자체는 2014년 부산진구가 있다. 부산진구청은 지역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국화에서 철쭉으로 구화를 바꿨다. 철쭉은 백양산 애진봉에서 자라나는 지역의 대표적인 꽃이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