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휴전 연장한 트럼프… 미·이란 긴장 국면 장기화
2주 휴전 종료 직전 협상 불발
"논의 마무리까지 휴전 연장"
휴전 기한 3~5일 제시 보도도
트럼프 발표에 이란 즉각 반발
해상 봉쇄·핵 문제 이견 여전
양측 긴장 국면 이어질 전망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NCAA 전국 챔피언 축하 행사에서 연설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현지 시간) 사실상 무기한 휴전이라 할 ‘협상 기간 중 휴전 유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인프라 공격 개시와 확전 우려는 완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해협 문제 통행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미국은 이란 봉쇄를 이어가고 있어 양측의 긴장 국면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지도부와 협상 대표단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고 협상이 어느 쪽으로든 결론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지도부와 대표들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유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란 측의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협상)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연장 시한은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종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휴전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부 정리를 할 수 있도록 3~5일 정도의 휴전을 줄 의향이 있다. 이것이 무기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계속하면 이란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은 미국의 해상봉쇄 유지 자체를 적대행위로 규정했다. 타스님은 미국의 해상봉쇄가 계속되는 한 최소한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시 봉쇄를 무력으로 해제할 것이라는 이란군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월 28일부터 전쟁을 이어오던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지난 7일 ‘2주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양측 대표단이 1차 종전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고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협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발됐다. 이란이 협상 참여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파키스탄행도 취소됐다. 이란 협상단은 이날 2차 종전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한 휴전을 선언한 배경에는 휴전 만료를 앞두고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된 상황에서 자신이 공언한 군사행동 재개에 따른 부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앞서 예고한 대로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고 국제 유가 시장도 계속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반격에 나서면 양측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번지고 출구 전략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 및 확전은 트럼프 2기 후반부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판단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휴전 연장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한편, 호르무즈해협 역봉쇄 등 압박 수단을 유지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에 따라 양측은 종전을 위한 물밑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핵심 쟁점인 핵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 호르무즈해협 통행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해 합의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로 양측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고 협상 진전 여부도 불확실해 당분간 긴장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