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다가오는 슈퍼 엘니뇨와 봄의 예측 장벽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최근 기상학계는 2015~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가 올해 하반기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막대한 해양 열에너지를 대기로 방출해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을 촉발하고, 지구 평균기온을 1.6~1.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비가 시급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 이상 고온과 강수 패턴의 변동성 확대 등 계절 기후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중동태평양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거나 낮아지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해양과 대기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빚어낸 역동적인 결과물이다. 해양은 거대한 열 저장소로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운반하며 대기 순환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적 불균형은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의 기폭제가 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정된 달력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2~7년의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는 ‘준주기성’을 띤다.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경고
겨울 이상 고온·강수 변동성 확대 우려
미세한 요동 포착해 예측 오차 줄여야
엘니뇨와 라니냐가 전 지구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현상 발생 전 이를 예측하고 사회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수개월 앞을 내다보고 엘리뇨와 라니냐의 강도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예측의 난이도는 일 년 중 어느 시점에 예보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통상 엘니뇨와 라니냐가 교차하며 나타나는 준주기성 덕분에, 특정해에 어떤 현상이 지배적일지에 대한 대략적인 경향성은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중 특정 시점에서 해당 현상이 얼마나 강력하게 발달할지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적도 태평양은 대체로 7월부터 12월까지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증폭되기 쉬운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미세한 교란도 연쇄적으로 확대되며, 그 배경에는 이른바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이 작동한다. 평상시 적도 무역풍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동태평양에서 더 따뜻한 서태평양을 향해 불며, 이는 동쪽의 고기압과 서쪽의 저기압 사이의 기압 경도에 의해 결정된다. 무역풍은 표층 해수를 서쪽으로, 그리고 적도 밖으로 밀어내 동태평양의 용승을 강화하고, 그 결과 표면 수온을 더 낮춘다. 낮아진 수온은 고기압을 한층 강화해 무역풍을 다시 강화시키며, 이는 라니냐 상태를 심화시키는 양의 되먹임 고리를 이룬다. 반대로 동태평양의 표면 수온이 상승하면 무역풍은 약화하고, 용승 역시 둔화해 추가적인 수온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 이 과정은 다시 무역풍의 약화를 부추기며, 결과적으로 엘니뇨 상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와 같은 양의 되먹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시기에는, 미세한 요동조차도 체계 전반의 큰 반응으로 증폭할 수 있다. 교란의 성격에 따라 시스템은 엘니뇨 혹은 라니냐 방향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는 것이다.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이 대체로 7월부터 12월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발생한 작은 변동들은 누적·증폭된다. 그래서 피드백의 활동성이 잦아드는 12월 무렵 적도 태평양의 상태를 전망하려면 다양한 요소를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4월과 5월의 적도 동태평양은 다른 시기와 달리 단기적 교란이 빈번히 발생하는, 이른바 ‘잡음이 큰’ 국면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물리적 배경을 감안하면, 연말 엘니뇨의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5월까지 적도 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요동을 정교하게 포착해 초기 예측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 관건이다. 이는 7월 이후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에 의해 오차가 증폭되는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더불어 7월부터 12월 사이 시스템이 불안정한 국면에 들어서는 만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변수들까지도 면밀히 반영해야 연말 전망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활용되는 기후모델들은 날씨와 유사한 단기 시간 규모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이는 특정 모델의 결함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는 시기의 특성에 가깝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봄철 예측 장벽’이라 부른다.
올해 말 슈퍼 엘니뇨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고 경각심을 갖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동시에, 현 시점에서 연말의 해양·기후 상태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 역시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계절 규모에서 엘니뇨와 라니냐를 전망하기에 지금은 통상적으로 가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말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일부 예측을 비판하기보다는, 예측이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