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글로벌법' 폐기 수순, 시민 열망 끝내 외면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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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입법 중단 신뢰 잃어
재설계 이유·방향·시한 시민에 밝혀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여당이 결국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폐기 입장을 굳혔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21일 글로벌법이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해양수도 육성을 골자로 전면 재설계한 새 법안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폐기 결정 과정과 배경이 석연치 않고, 새 법안에 담길 내용과 추진 계획도 안갯속이어서 지역 사회는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포퓰리즘·형평성’ 언급 이후 민주당이 급선회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 부처 검토 후 여야가 함께 발의해 이견이 전혀 없었고, 160만 명이 입법 청원에 서명한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고려 때문에 시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글로벌법은 한때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삭발까지 감행하며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대표 발의자인 전재수 의원이 ‘여권 설득’을 장담하고 나서자 국회 행안위를 순식간에 통과한 것이다. ‘이럴 걸 지금껏 끌었나’하며 2년 문전박대의 설움을 잊고 감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구·경북은요?”라면서 제동을 걸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글로벌법은 또다시 민주당의 침묵과 방관 속에 길을 잃었다. 21대 국회 때 제출됐다가 폐기되고, 22대 때 재차 여야 공동발의된 뒤에도 거대 여당의 일관된 무시 끝에 글로벌법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신산의 고비고비를 지켜본 부산 시민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말았다.

글로벌법 몽니의 이면에는 정책의 타당성이 아닌 여야 주도권 경쟁에 있다는 의구심은 합리적이다. 민주당이 폐기의 이유로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 주도로 국민의힘이 발의한 행정통합법안과의 충돌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법은 산업·기능 중심의 거점도시 전략이고, 통합특별시법은 행정 체계와 권한 재편이 초점이다. 특별시로 묶인다 해도 부산과 경남 각 도시의 기능과 전략이 없어질 수 없고, 오히려 글로벌법에 따른 물류·금융·교육 특구 지정이 부산 경계를 넘어선 광역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글로벌법이 선행되는 것이 행정통합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되고 종국에는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거대 여당의 글로벌법 폐기는 지역민에게 ‘희망 고문’을 강요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부산의 대도약을 위해… 보완하고 기능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겠다고 한다. 더 좋은 법안을 마다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인 방식과 태도다. 지난 2년간 아무런 이유 없이 청문회조차 미루면서 철저히 외면하더니, 돌연 급행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가 또 석연찮은 이유로 폐기를 결정한 과정에서 이미 신뢰를 잃었다. 민주당은 폐기의 이유와 재설계 방향, 입법 시한을 명확히 밝히고 공론에 부쳐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정치적 셈법으로 도시의 미래 설계도를 흔드는 시도로 드러나면 거센 시민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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