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구내식당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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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역사가 길고 공동체 의식이 유달리 강한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가 오후에 지역민들에게 술과 함께 청어를 끼운 빵을 내놓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이 16세기 들어 스웨덴에서 상업화하면서 스뫼르고스보르드(샌드위치 보드)라 불리는 상차림으로 발전했고 이것이 구내식당의 연원이 됐다는 설이 있다.

구내식당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계기가 됐다. 특히 전시 영국에서는 전쟁 수행력과 노동력의 질 유지가 중요해지면서 국가가 산업체별로 구내식당 개설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전쟁 전인 1914년 이전에는 통계조차 미미하던 산업체 식당이 1918년 무렵엔 1000개를 훌쩍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꺼번에 약 100만 명의 전시 노동자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추정된다.

미국에서 구내식당이 본격화한 것은 1939년 미국 뉴욕박람회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가 본격화하자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식사를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박람회에서 스웨덴식 샌드위치 보드가 선을 보이자 기업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상차림을 도입한 구내식당을 개설했다. 이후 대학과 군대까지 구내식당이 확산하면서 셀프서비스와 대형화 등 지금의 구내식당 형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는 더욱 독특한 형태의 구내식당도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공사장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운영되던 소위 ‘함바’가 그것이다. 한자어 飯場을 일본어로 발음한 함바는 밥을 먹는 장소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상설 구내식당과는 달리 현장이 존재할 때만 운영되는 임시 구내식당이라는 게 특징이었다.

지난 2월부터 해양수산부가 구내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근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소식에 구내식당의 명암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구내식당은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의 일환이라 할 만하지만 인근 음식점들로서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식사시간 외부 이동이 없으면 음식점 외에도 인근 상권 전반이 타격을 입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공공기관 이전 때 구내식당 대신 외부 식당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를 정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식재 조달의 지역화와 요일별 휴무제 확대 등 인근 음식점과의 상생 방안부터라도 조속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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