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곧 권한… 7 대 3 되려면 과감한 세제 개편 뒤따라야 [다시, 지방분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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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방분권] ⑥ 조세 자치권 없는 지방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 채택
현재 국세·지방세 75 대 25 수준
지방소비세·교부세율 인상 필요
국고보조금 포괄성 확대 등 제시

부산·경남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4일 국회 의안과에 ‘경남부산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경남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4일 국회 의안과에 ‘경남부산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방재정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면서 성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같은 목표를 세웠다가 임기 내 달성에 실패한 전례가 있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최대한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정분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지방세 75대 25 구조 극복해야

민간전문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약 75대 25 수준이다. 2014년 61조 7000억 원이었던 지방세 징수 금액은 2024년 114조 1000억 원으로 6.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세는 205조 5000억 원에서 336조 5000억 원으로 5.5% 늘었다. 지방세가 늘었지만 국세도 그만큼 늘면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3번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수준으로 상향하고, ‘5극3특’ 지원을 위한 교부세율 상향과 중앙-지방 기능 조정, 국고보조사업의 포괄보조 확대 등 자치재정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국세-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히며 관련 작업에 착수 중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상반기 내 종합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7대 3 구조를 만들려면 과감한 세제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7대 3 달성을 위해 국세 중 21조 원을 지방세로 전환하거나 30조 원 규모의 지방세 세원을 신규 발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고심 중인 카드는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 인상이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세수로, 2010년 도입 당시 5%였던 세율이 현재 25.3%까지 올라 지방재정 확충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국세 수입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재원이다. 현행 법정률은 내국세의 19.24% 수준으로, 2006년 이후 20년간 그대로다. 1980년대 13% 수준에서 20여 년에 걸쳐 6%포인트(P)가량 올랐지만, 그 이후로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지방재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임기 내 재정분권 완성해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과감한 재정분권 개혁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3월 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과감한 국세의 지방세 전환과 지방자주재원 확대를 정부에 촉구했다.

유정복 협의회장은 “대한민국은 국민주권정부와 함께 주민주권지방정부가 공존하고, 성숙한 지방자치를 통해 국가발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세의 지방세 전환과 지방자주재원 확대를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완성하고, 오랜 기간 고착된 중앙정부의 재정집권을 확실히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이날 발제에서 “지난 30년 동안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통한 지방세 확충이 10년 주기로 이루어졌으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며 지방교부세율 인상, 국고보조금의 포괄성 확대 등을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포괄보조금 확대, 조세 자치권 강화

지방 재정 자율성 확보를 위해 포괄보조금 확대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현행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가 사업 목적과 집행 방식을 정해 내려보내는 구조다. 지방은 매칭 방식으로 지방비를 의무 부담하면서도 사업 설계 권한은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재원이 늘어도 지방의 재정 자율성은 커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국고보조사업에서 포괄보조금을 과감하게 늘려 지방이 스스로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 지역 자율 재정 예산 규모를 지난해 3조 8000억 원에서 10조 6000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향은 맞지만 전체 국고보조사업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포괄보조금 확대를 입법으로 제도화하지 않으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조세 자치권 부재도 큰 문제로 꼽는다. 현재 지방세는 세목부터 세율까지 법률로 정해져 있다. 헌법 제59조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세목·세율 결정권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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