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미래는 안 보이고 정치 공학만 난무하는 6·3 지선
북갑 둘러싼 정치 과잉 지방 의제 실종
정략 대신 지역민·동네 일꾼 주체 돼야
박형준 부산시장. 정대현 기자 jhyun@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다른 지역구 얘기는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의 미래가 아닌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관련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재수 후보 역시 “빅매치는 전재수 대 박형준”이라며 지방선거보다 보궐선거가 더 큰 이슈로 다뤄지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47일 앞으로 다가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북갑 보궐선거가 과열되면서 6·3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부속품처럼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극소수 유력 정치인의 거취만 주목받고 풀뿌리 후보들은 외면당하는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
한 지역구 보궐선거가 지역의 4년 미래를 책임질 시장·교육감 선거를 압도하며 판을 흔들게 된 것은 정략적 접근 탓이다. 여야 모두 중앙당이 직접 개입해 선거 구도를 왜곡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북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무공천론, 복당론, 단일화론 주장이 뒤엉키며 국힘은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과 하정우 청와대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은 연일 출마 읍소와 즉답 회피를 반복하며 궁금증을 유도하고 있다. 정치 신인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구심까지 드는 대목이다. 정치 공학에만 급급하며 지자체 선거판에 분탕질을 치는 원내 양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치’가 ‘정치’에 질식되는 지방선거로는 미래로 도약하기는커녕 퇴행할 수밖에 없다. 메가시티와 통합특별시 구상, 미래형 산업 구조 전환, 저출생·고령화 대응 등 도시의 성장을 이끌 핵심 의제를 토론하고 숙고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유명인의 공천 여부나 출마 포기 압박, 계파 충돌, 정치적 유불리 등의 정치 공학에 급급한 것은 지역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정치권이 짜 놓은 판을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격하시키는 꼴이라서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연장이 아니다. ‘지방의 선택’을 가로막는 정략적인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지역의 미래 비전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다.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 문제는 이번 6·3 선거에서 중앙 정치의 과잉으로 지역 의제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자들은 미래 비전과 정책을 알리는 기회를 잃고, 유권자들은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다. 이런 기형적 구조가 고착된다면 선거 이후에 무엇이 남겠는가. 중앙 집권은 더 공고해지고 지방의 종속적 구조는 강화될 뿐이다. 지금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지역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게 분명해 보인다. 여야는 이번 6·3 지방선거를 지역민과 동네 일꾼에게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