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울산 보건소 의사 구인난, 공공의료망 구멍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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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대거 전역 충원 미달 심각
복무 기간 단축과 처우 보강 필요

양산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양산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경남과 울산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구인난이 심각하다. 보건소와 지소의 필수 인력인 공보의들이 3년 복무를 마치고 대거 전역하지만,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신규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경남 지역 의과·치과·한의과 공보의 301명 중 142명이 이달 말 복무를 마치는데, 72명만 새로 배치된다. 특히 이 가운데 필수 진료를 맡는 의과 공보의 116명 중 54%인 63명이 복무를 끝내지만, 15명만 충원된다. 울산 울주군도 비상 상황이다. 공보의 15명 중 의과 전공은 2명뿐이며, 내년 4월 복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충원되지 않으면 일선 보건지소 운영 중단이 불가피하다. 공보의 대규모 이탈은 지역 1차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자체들은 공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일당·계약 의사 채용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다. 경남 창원·김해·양산·진주 등 도시 지역의 보건소는 일당을 50만~60만 원으로 제시했지만 지원자는 거의 없다. 군 단위는 일당을 100만 원까지 올렸지만 지원자는 절벽 상태다. 울주군보건소는 조례를 제정해 1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내걸고 ‘업무 대행 의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근무자를 못 구한 상태다. 생활 여건이 불편한 이유 외에도 공공기관 임금 수준이 민간 의료기관보다 턱없이 낮아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남과 울산이 만성적인 의사 구인난으로 필수 진료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공의료망에 구멍이 난 셈이다.

‘공보의 썰물’ 현상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이미 예견됐던 문제다. 2024년 본격화한 의정 갈등 여파로 의대생들이 집단휴학을 하면서 의사 면허 취득자가 줄어들었다. 현역병보다 긴 복무 기간은 공보의 기피 현상의 주요 요인이다. 1979년 공보의 제도가 도입된 초기에는 현역병과 공보의 복무 기간이 36개월로 같았다. 이후 현역병만 1년 6개월로 줄어들면서 현역을 택하는 의대생이 늘어났다. 복지부는 단계적으로 공보의 복무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방부는 학사장교·군법무관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지원자는 매년 줄고 있다.

내년 입시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는 공보의 미충원으로 인한 경남 지역 의료자원 부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첫 졸업생이 나오는 2033년이 돼야 효과를 볼 수 있고, 광역시인 울산은 혜택이 아예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취약 지역의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울 순 없는 것이다. 공보의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 무의촌이 늘어나고 지역 공공의료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보의 복무 기간의 합리적 단축, 근무 여건 개선과 처우 보강, 의료 취약지 인센티브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병원 확충, 퇴직한 시니어 의사 공공의료기관 매칭 확대도 추진해 지역 의료 접근성 악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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