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실납부가 존중받는 사회로…사회보험료 징수체계의 전환 필요하다
조준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
사회보험은 질병, 실업, 노령, 산업재해 등 국민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함께 나누는 제도이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으로 이어지는 4대 사회보험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안전망이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공정한 부담과 성실한 납부라는 원칙이 현장에서 충분히 구현돼야 하며, 부담과 납부의 균형을 살펴봐야 한다.
다수의 국민과 사업자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제도의 사각지대나 납부 회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제도 운영상의 이슈를 넘어, 성실납부에 따른 이점이 국민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소득 파악 체계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경제 환경 변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보완의 여지가 있다. 근로소득은 비교적 투명하게 반영되지만, 사업소득이나 플랫폼 기반 소득 등 다양한 소득 형태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반영 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체납 관리 역시 사후 대응 중심의 성격이 강해 예방적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성실납부에 대한 체감 가능한 유인이 충분히 크지 않다는 점도 함께 작용하면서, 납부가 ‘의무’에 머무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의 초점을 한 단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징수 강화에 머무르기보다 납부 행태를 개선하는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핵심은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소득 기반 부과체계를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소득 정보를 합리적으로 연계하고, 변화하는 경제 환경을 반영한 부과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는 공정한 부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출발점이다.
둘째, 체납 관리의 방향을 예방 중심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데이터 기반 분석을 활용하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전제로, 체납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전 안내와 분할납부 지원 등 맞춤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제재 중심이 아닌 지원 중심의 관리 방식이다.
셋째, 성실납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성실납부 이력이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신뢰를 보여주는 참고 요소로 활용되거나, 행정절차 간소화, 금융·신용 측면의 우대 등 실질적으로 체감 가능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실한 참여를 장려하는 방향의 제도적 보완이다.
넷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도 중요하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 조회와 납부, 맞춤형 안내, 디지털 상담 기능 강화 등을 통해 납부 과정의 불편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사회보험 수급권은 개인의 권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성실납부는 이러한 권리와 책임을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참여다. 공정한 부담과 성실한 납부가 함께 작동할 때 제도에 대한 신뢰는 유지된다. 따라서 성실납부가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이러한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최근의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의 가속화, 의료 이용 증가, 경제 구조의 변화는 사회보험 재정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제도의 안정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징수 체계의 정교화와 납부문화 개선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성실납부가 당연한 사회를 넘어, 성실납부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성실함이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사회 전반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사회보험 제도는 더욱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이제 그 변화를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