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정답은 빨라졌지만 생각은 깊어졌을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국장

공부는 원래 쉽지 않다. 어렵고 지겨운 반복 속에서 사고가 훈련되고 생각의 체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몸과 마음은 본능적으로 편함을 추구한다. 깊이 있는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은 그래서 더욱 어렵다. 교사들이 수업의 도입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들의 삶과 가까운 이야기로 수업의 문을 여는 것은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려운 학습의 과정을 한 번 더 시도해 보게 만드는 작은 동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말도 같은 뜻일 것이다. 공부는 다이어트와도 닮아 있다. 식단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변화도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중간에 포기한다. 그러나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 작은 성취가 다음 노력을 이어 가게 만든다. 공부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깊어진다.

그런데 요즘 다이어트에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약을 이용해 비교적 쉽게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다. 힘든 운동이나 엄격한 식단 관리 없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교육 현장을 돌아보면 비슷한 변화가 느껴진다.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의 사용이 일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수업 중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바로 검색을 하고, 이미지를 찾고, 영상을 보며 정보를 확장한다.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면 교사보다 빠르고 정교한 설명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경험이다. 친구에게 묻고 답하며 생각을 넓혀 가던 시간, 한 문제를 붙잡고 여러 번 시도하며 해답을 찾아가던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정답을 찾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 답이 자신의 사고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확신하기 어렵다.

공부는 원래 그런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르는 문제를 한참 바라보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실패를 거듭하다가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험이 사고력을 키운다. 디지털 도구는 이런 과정을 크게 단축시켜 준다. 더 많은 정답을 빠르게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힘까지 함께 자라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연필을 잡고 직접 써 보는 아날로그 방식의 학습이 여전히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사고의 과정을 대신하게 두어서는 곤란하다.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정답의 속도가 아니라 생각의 깊이이기 때문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