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효 없어도 실적만?
부산 기초지자체 시행 TNR
대부분 시기 놓쳐 효과 의문
사업 참여 업체 부족도 요인
“다년 계약 등 개선책 따라야”
길고양이 중성화 시술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기초자치단체들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정 시기를 놓친 뒤에야 사업에 나서 번식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개체 수 관리보다는 민원대응 차원에 그치면서 예산 낭비 우려마저 제기된다.
23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사하구청을 제외한 15개 지자체가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위한 위탁 용역 입찰을 진행했다. 이날 기준 13개 지자체는 계약을 마쳤고 나머지는 업체 참가 미달로 입찰이 유찰되는 등 여전히 입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국비 지원을 받아 각 지자체 재량에 따라 추진된다. 부산에서는 16개 구·군 모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총 19억 8200만 원, 목표 중성화 개체수는 9934마리다. 사업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체 수 조절과 배설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민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대부분 지자체가 고양이 발정기(2~4월)가 시작된 이후에야 용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성화 사업은 통상 발정기 이전인 12~1월에 시행해야 개체 수 억제 효과가 높다. 발정기가 시작된 뒤에야 중성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이미 임신한 고양이가 급격히 늘면서 번식 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하구청은 발정기에 대비해 지난 1월 22일 중성화 사업 계약을 마친 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15개 구·군은 일러야 2월에 들어서야 입찰을 진행하거나, 이달까지도 유찰을 겪어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경우 중성화 사업이 4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들은 포획·방사 단체와 동물병원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사업 추진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부산에는 포획·방사 등 사업을 담당할 단체가 부족해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산시수의사회 관계자는 “부산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참여 중인 포획·방사 단체가 3곳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업 때를 놓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마다 1년씩 계약을 반복하기보다 2년 이상 연속 계약을 맺어 사업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단체들은 번식 억제 효과가 높은 시기에 맞춰 중성화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고양이 개체 수 감소 효과를 확연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개체의 최소 70% 이상을 중성화해야 한다며 중성화 사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부산은 여전히 민원 대응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져 실질적인 개체 수 조절 효과가 떨어지고, 예산 낭비 우려마저 크다”며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적기에 사업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