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이해도가 연주자 판가름해’ 부산의 어린 음악가와 만난 세계적 활 제작자 피에르 기욤
활의 대가 피에르 기욤 강연
부산대 학생들과 만남
활 이해 중요성 대해 강조해
지난 12일 부산대학교 음악관에서 열린 피에르 기욤 대표(맨 왼쪽)의 강연 모습. 부산대 음악학과 김동욱 교수(맨 오른쪽)가 통역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현악기와 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활이 없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활 역시 현악기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현악기에 비해 활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활 제작자가 부산에서 강연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음악관 5층 강의실에서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활 제작·수리·복원·감정 전문가 피에르 기욤(Pierre Guillaume)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활의 역사에 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활 전문 업체 ‘메종 베르나르(Maison Bernard)’의 공동대표로 음악계에서 활 분야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외국 경매 사이트에 따르면 그가 제작한 활은 1000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번 강연은 부산대 음악학과 김동욱 교수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김 교수가 이달 한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던 기욤 대표를 지인을 통해 초청하면서 마련됐다.
강연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기욤 대표는 19세기 프랑스의 유명 악기·활 제작자인 장 밥티스트 뷔욤(Jean-Baptiste Vuillaume) 공방을 중심으로 활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이 공방을 거쳐 간 활 제작자들이 많아 짧은 시간 안에 활의 역사와 제작 전통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주제였다. 또한 뷔욤이 태어난 프랑스 미르쿠르는 ‘프랑스 현악기 제작의 수도’로 불리는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강의실에는 실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과 50여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학생들은 활의 제작 과정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집중해 들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활 털 교체 주기나 특정 연주 주법에 어울리는 활을 고르는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피에르 기욤(Pierre Guillaume) 대표 모습
강연 이후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기욤 대표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놀랐다며 앞으로도 이런 강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63세인 그는 다음 날 일본으로 출국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젊은 음악가들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항상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활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음악가의 수준과 연주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 강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활 제작자인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활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프랑수아 자비에 투르트(François Xavier Tourte)가 만든 활이다. 투르트는 현대적인 바이올린 활의 형태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그의 활은 ‘활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린다. 특히 밀도가 높고 탄성이 뛰어나 활 제작에 최적의 재료로 평가받는 페르남부코 나무가 사용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욤 대표는 “부산대 학생들이 훌륭한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강연을 통해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활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다루는 강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