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에 자사주 전략 갈린 제약·바이오 업계
개정 상법 시행…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
셀트리온 등 대형 제약사 자사주 소각 확대
대웅·광동 자사주 맞교환 등 전략적 제휴도
중소 바이오 경영권 고민·동전주 기업 부담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자사주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반면,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줄어들며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역시 유예기간을 포함해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려면 이사회가 계획을 수립한 뒤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갱신 승인을 거쳐야 한다. 자사주로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금지된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라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대형 제약사들은 제도 변화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셀트리온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911만 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초 611만 주 소각을 계획했지만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규모를 확대했다. 이번 소각 물량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약 74%에 해당한다. 셀트리온은 자사주 보유·처분 절차를 정관에 반영하고 관련 공시 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 약 36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회사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사주 1%를 소각하는 내용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GC녹십자 역시 전 그룹사의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가 비교적 안정된 대형 제약사일수록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전략적 제휴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선택했다. 대웅은 광동제약 등과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전문의약품 공동 판매와 연구개발 협력, 생산·유통 연계 등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약품은 자사주 처분 물량을 타 제약사와의 지분 맞교환과 기관 매각 방식으로 나눠 진행했다. 신풍제약에 230만7929주, 대화제약에 84만4493주, 삼일제약에 12만8232주를 넘기고 대신 신풍제약 243만7310주, 대화제약 71만5000주, 삼일제약 14만1000주를 각각 넘겨받았다. 개정 상법 시행 이후에도 주주총회 승인을 거칠 경우 주식 교환이나 현물출자 등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 적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자사주를 우호 세력과 교환해 지배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해 왔지만, 의무 소각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런 전략을 쓰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낮은 동전주 기업들도 부담이 커졌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방어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관행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재산인 만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고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