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 한국 경제 덮치는 '3高' 쇼크
유가 급등에 물가·환율·금리 동반상승
오일쇼크 준하는 위기 대비 올인 시급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국제유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쟁 직전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인상 폭이 50% 가까이나 가파르게 커진 것이다. 국내 사용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1980년대 중반 끝난 2차 오일쇼크 이후 무려 40여 년 만에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위기를 맞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충격은 단순히 에너지 위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가와 환율, 금리까지 잇따라 끌어올리는 중이다. 전쟁 전부터 예견된 위기였지만 관련 시나리오에 따른 정부 대책은 선제적 측면에서 아쉬운 형국이라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9일 오전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4년 만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유 수입 의존도 100%인 대한민국은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장중이지만 9일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었다. 17년 만의 1500원대 기록이다. 채권을 필두로 한 금리도 들썩인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 초반 3.4%를 넘어서기도 했다. 원유 62달러 기준으로 설정한 경제성장률 2% 달성은 고사하고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우려까지 나온다.
물가·환율·금리가 나란히 치솟는 ‘3고 쇼크’ 도래가 임박했지만 정부의 관련 정책은 상대적으로 많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전국 주요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나들며 리터당 3000원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유소업계 등에 대한 압박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파격적인 선제 지원책으로 전쟁 발발에도 기름값 인상 폭을 수십 원 수준으로 유지한 일본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부산시도 중동전쟁에 영향받는 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지난 6일부터 시작했으나 전쟁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선제적 행정 면에서 다소 아쉽다. 해당 기업들이 부산 주력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은 바 있다. 중동 현지 사정에 따라 발생한 오일쇼크의 고통을 절감한 이후 대한민국은 원유 수급과 유가 안정화에 전력을 투구하다시피 해 왔다. 3차 오일쇼크를 예고하는 이번 유가 급등은 2차 오일쇼크 이후 40여 년 만에 본격화했다. 오랜 기간을 거치며 오일쇼크의 기억이 무뎌진 탓인지 정부의 대응책은 속도감이 덜한 느낌이다. 이제라도 생존을 위한 비상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공급망 안정 조치 등 실질적인 민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권의 진정한 실력은 코스피 지수가 아니라 비상상황 대처 방식에서 드러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