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숫자 뒤의 얼굴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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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사회부 차장

“숫자를 안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업은 수치로 평가받으니까요.”

최근 만난 한 고용서비스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취업률과 매출, 성과 지표가 늘 따라다니는 업종이다 보니 숫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사람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숫자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취업률이라는 숫자 뒤에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근무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부모가 있고, 집과 일터 사이 왕복 두 시간을 고민하다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다시 교육장에 앉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말을 들으며 숫자와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난 1년간 주로 숫자를 다뤘다. 매출 증감률, 방문객 수, 가동률, 점유율. 기사에는 근거가 필요했고 숫자는 가장 분명한 언어였다. 설명이 쉬웠고 반박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명확했고 간결했고 제목으로 뽑기에도 적당했다.

그래서 수치를 여러 번 확인했다. 숫자가 맞는지 두 번, 세 번 점검했다. 돌이켜보면 숫자에 대해서는 집요했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전시장 가동률을 물으면서도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의 하루를 묻지 않았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면서도 매장에서 하루 종일 서 있을 직원들의 표정을 보지 않았다.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지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성장의 언어에 익숙했다. 얼마나 늘었는지, 얼마나 회복했는지, 얼마나 확장했는지, 기사 역시 그 흐름을 따라왔다.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숫자는 여전히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좌표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최근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은 성장보다 생존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그냥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크게 바라는 건 없고 지난해만큼만 되면 좋겠습니다.” 확장보다 버팀을 말하는 문장이 많아졌다.

기사 속 숫자들은 분명히 변화를 보여주지만, 사람들의 체감은 그 속도와 꼭 같지는 않았다. 경제는 회복을 말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버티는 하루를 말한다. 성장의 숫자와 삶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숫자는 평균을 말하지만 삶은 평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얼마나 성장했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수치는 중요하지만, 그 수치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월세와 인건비를 계산하며 다음 달을 고민하는 일상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얼마나 늘었는지를 묻는 대신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 몇 퍼센트 상승했는지 대신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 끝에 서 있는 사람을 함께 보겠다는 마음이다. 성장의 속도만이 아니라 생존의 온도를 적어보려 한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률을 확인한다. 그러나 동시에 얼마나 무사했는지도 묻기 시작했다. 성장의 숫자만으로는 지금의 삶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숫자 뒤에 있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보려고 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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