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원유 확보 비상, 설비 가동 멈출 수도 [중동 확전 여파]
국내 4사 TF 구성 긴급 점검
중동 외 대체 원유 확보 노력
이란이 핵심적인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며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에서 유조차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확보 비상 대응에 나섰다.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 설비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제 원유 시장 동향과 수급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1%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정유사는 중동산 원유 확보 차질로 4월 도착분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부적으로 가동률 하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3월 말부터는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원유 확보에도 나섰다. 미국, 브라질, 서아프리카 등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원유와 선박 확보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설비 공정에 맞지 않는 원유를 대량 도입할 경우 정유 설비 운용 효율과 제품 수율이 낮아질 수 있어 단기간에 중동 물량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통업계와 협력해 유가 인상분을 분산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량은 정부 비축과 민간 재고를 합쳐 약 1억 5700만 배럴 수준으로, 향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까지 더하면 약 200일 이상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석유 비축량이 세계 6위 수준인 만큼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수급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