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천항 수산가공단지, 주먹구구식 운영에 조성 취지 무색
부산시, 업체 간 '깜깜이 거래' 부추겨
영세 기업 인큐베이팅 목적 망각했나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산도시이다. 수산물 유통 및 가공업체, 냉동냉장창고 등이 밀집한 것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등 다양한 수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구 암남동 감천항에 들어선 수산가공선진화단지는 수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특히 감천항을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핵심 시설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상위법에 위배되는 방침을 마련하면서 수산가공선진화단지 내 입주 업체들이 공장 양도양수를 임의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런 불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장기간 반복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산가공선진화단지를 관할하는 시 관리사업소는 사용 계약 만료 등으로 퇴거를 앞둔 기존 입주업체가 입주할 업체를 직접 선정해 사업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방침을 2016년 마련했다. 공공예산을 들여 건립한 공공시설 입주가 업체 간의 비공개적인 양도양수에 의해 사실상 좌우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산업집적법 등에 명백히 위배된다. 사업소는 퇴거 업체가 초기 투자 설비를 남겨놓고 갈 경우 큰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내부 방침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성 취지를 해칠 구조적 문제가 있으면 근원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이를 외면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421억 원을 들여 6만 6395㎡ 부지에 지상 7층 규모로 건립한 수산가공선진화단지는 지난 2014년 2월 개장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선진화단지에 대한 첫 감사를 진행해 불법적인 내부 방침의 존재를 확인했다. 공공시설에 대한 감사는 통상 3~5년마다 이뤄지는 게 정상인데도 개장 11년 만에야 첫 감사를 진행한 것은 그동안 부산시의 관리감독이 아예 부재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결국 부산시의 행정력에 구멍이 뚫리면서 관리사업소가 불법적 운영으로 일관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는 식품가공공장 55곳이 입주 중이다. 선진화단지는 영세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수산업체들을 인큐베이팅해 수출 거점 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건립됐다. 수산물종합연구소와 수출입정보센터 등 연구·지원시설도 갖췄다. 하지만 그동안 단순 공장 임대에 그치고 입주 기업 설비나 연구 사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면밀한 심사를 통해 성장성 있는 입주 업체를 지정하려는 시의 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업체들간의 ‘깜깜이 양도양수’까지 판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조성 취지를 망각한 부산시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