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의 유행 너머] '두쫀쿠'와 '봄동' 사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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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그냥 느껴.” 요즘 유행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다. 맥락을 따지고, 의미를 분석하고, 왜 이게 떴는지 이유를 붙이려는 순간 이미 유행에서 한발 뒤처진다.

봄 제철 채소인 봄동을 주재료로 한 봄동 비빔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덩달아 봄동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봄동 15kg 한 상자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4만 7099원이다.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33% 이상 올랐다.

SNS 유행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얼마 전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한창 유행할 때는 피스타치오 가격이 올랐다. 한 대형마트의 탈각 피스타치오 400g 소비자가격은 2024년 약 1만 8000원에서 지난 1월 2만 4000원까지 올랐다. 유행이 한풀 꺾인 현재는 다시 예전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유행하는 음식이 생길 때마다 재룟값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유행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20년 큰 인기를 끈 ‘크로플’이 정점을 찍고 인기가 식는 데 5개월이 걸렸다면, 두쫀쿠는 약 2주 만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크로플은 검색량이 최고점에 도달한 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163일이 소요됐다. 탕후루의 반감기는 54일로 줄었고, 두쫀쿠는 17일에 불과했다. 두쫀쿠에서 봄동으로 유행이 넘어가는 기간은 크로플에서 탕후루로 유행이 바뀌는 기간에 비해 10분의 1로 단축됐다.

역대급으로 짧은 유행에 대해 기성세대는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는다. 두쫀쿠와 봄동 사이 유행의 흐름을 분석하려는 해설위원들의 말이 넘친다. 혹자는 건강을 해치는 사치스러운 소비에서 제철 채소를 챙겨 먹는 개념 소비로 유행이 넘어갔다며 칭찬한다. 다른 이는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르게 싫증 내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유행에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도 유행 음식 한 번 먹어보자”며 두쫀쿠를 사러 나섰던 이들이 봄동 비빔밥을 보고는 “다 아는 맛인데 이게 왜 유행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요즘 유행’을 타자화하는 말속엔 유행을 좇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은근한 타박이 묻어 있다. 이런저런 해설도 시원치 않으면, 결국 그들을 찾아가 묻는다. “그래서 그게 왜 좋은데?”

유행은 이해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체감의 영역이다. 일관성보다는 가벼운 변덕 자체가 놀이가 된다. 봄동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빠르게 바뀌는 유행은 ‘젠지세대’의 놀이문화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맞다, 틀리다, 수준이 높다, 낮다고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유행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방법은 하나다. 그냥 존중하며 느끼는 것.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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