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일필일침] 부산시장 꿈꾼다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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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6·3 지방선거 100일도 채 남지 않아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요구돼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은 ‘공감 영역’

물길 중심서 도시 재편 꼭 필요해
동천 재생, 북항·금융단지와 연계
시민 참여 중심 문화정책도 중요

6·3 지방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정치가 차이를 드러내는 일이라면 선거는 그 차이를 시민 앞에 펼쳐 보이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선거철이 다가오면 공약(公約)은 넘쳐난다. 그러나 그 공약은 종종 지켜지지 않는 공약(空約)으로 남는다. 이맘때면 거창한 개발 구상이나 화려한 수치도 빠지지 않는다. 정작 도시를 움직이는 것은 이게 아닌데도 말이다. 문제는 한층 더 근본적이다. 부산에선 유권자가 정치의 차이를 또렷하게 읽어내기 어렵다. 퐁피두센터 유치 문제, 이기대 일대 개발처럼 도시의 정책 방향과 철학을 가늠할 현안이 있었지만, 정당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갈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과의 대비는 더 분명하다. 오세훈 시장과 여당은 종묘 일대 개발을 두고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분명히 맞섰다. 유권자는 그 충돌 속에서 정책과 철학을 읽고 선택의 기준을 세운다.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다.

물론 모든 정책이 정당별로 달라야 하는 건 아니다. 도시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은 경쟁보다 합의가 우선이다. 이를테면 가덕신공항이 그렇다. 공항은 활주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접근성이 곧 경쟁력이다. 철도와 도로, 항만 물류망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는다면 기대는 곧 불편으로 바뀐다. 공항 주변 교통 인프라는 당연히 전제 조건이다. 이런 과제 앞에서 정치적 셈법이 우선될 이유는 없다. 이처럼 도시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은 경쟁이 아니라 여야 모두에게 공감의 영역이 된다. 공통분모인 셈이다. 그래서 부산을 이끌겠다는 이들에게 적어도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부산 시민은 도시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보다는 삶의 질을 바꾸는 도시 설계를 원한다. 그 정책의 출발점이 바로 물길이다. 동천이나 낙동강, 수영강은 자연 지형을 넘어 도시 구조를 형성하는 축이다. 그런 점에서 동천 재생은 꼭 필요하다. 이는 보행 동선과 생활권, 상업권을 다시 연결하는 도시 재편 전략이다. 물길이 살아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도시 풍경이 아니라 삶의 흐름이다. 단절된 공간들이 하나의 생활 생태계로 묶인다. 북항 재개발과 문현 금융단지 역시 이 연결 위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금융과 문화, 일상과 관광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도시의 활력은 현실이 된다.

도시 경쟁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녹색이다. 서면과 사상,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녹색 섬’ 구상은 도시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전략이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녹색 섬은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보행 친화 환경을 구축하는 핵심 인프라다. 결국 녹색 정책은 환경을 넘어 복지와 경제까지 함께 관통한다. 걷고 싶은 도시가 곧 살고 싶은 도시며 청년이 머무는 도시가 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생활 조건에서 비롯된다.

문화정책의 전환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접근성 확대와 시설 확충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1960년대 프랑스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가 내세운 문화 민주화는 ‘위대한 예술’을 더 많은 시민에게 보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화시설 확충과 무료 관람, 할인 제도는 관람객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새로운 참여층의 지속적 향유로 이어지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부산의 문화정책 또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이 정책 형성과 운영에 참여하고,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문화가 소비되는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오늘날 문화는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며 이를 종합적으로 조율할 정책적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간 정책 역시 핵심 과제다. 폐교 등 유휴 공간의 활용은 부산에 남겨진 가장 현실적인 기회다. 유휴 공간의 창의적 활용은 지역 상권을 되살리고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이는 도시의 온기를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부산의 정신적 자산 또한 정책의 영역이다. 도시는 기억 위에 서고 시민은 자긍심 위에 선다. 이순신 장군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지역의 서사는 부산의 자부심으로 축적돼야 한다.

도시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주요 공공기관과 조직의 수장들이 지역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로 채워질 때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현실 적합성은 높아진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효율성의 문제다.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 도시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다. 공의(公義)에 바탕을 둔 인사 시스템, 지역 맥락을 이해하는 인재의 발탁은 그래서 중요하다.

강과 도시, 산업과 문화, 청년과 공간, 기억과 미래…. 정책은 나열이 아니라 연결이다. 부산의 미래는 이 속에 있다. 부산시장을 꿈꾼다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눈여겨 살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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