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들이받고 구조·신고 없었다”… 3명 숨지게 만든 유조선 항해사 ‘징역 6년’
부산지법 서부지원, 20대 항해사 실형
사고 이후 구조나 신고 없이 도주 혐의
자동 조타 상태 설정 후 당직 서다 사고
홀로 당직 세운 선장 B 씨는 ‘집행유예’
부산지법 서부지원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유조선을 운항하다 어선을 들이받고 도주한 항해사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추돌한 어선이 전복해 선장과 선원 등 3명이 숨졌지만, 사고를 낸 유조선 항해사는 구조나 신고 등 사후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주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항해사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 선장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9월 16일 오전 7시 29분께 전북 군산 십이동파도 남쪽 바다에서 부산 선적 1618t 유조선을 운항하던 중 35t 어선 뒷부분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선이 전복되면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 인도네시아 선원 등 3명이 숨졌다.
당시 유조선을 자동 조타 상태로 설정한 A 씨는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고 이후 구조나 신고 등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홀로 당직사관으로 근무했던 A 씨는 점검표와 항해일지 등을 작성하고 있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유조선 선장 B 씨는 선사로부터 2인 1조로 당직사관 근무를 편성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A 씨를 홀로 항해 당직사관 업무를 수행하게 한 과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선박 충돌 사고로 피해자들 생명에 치명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현장을 이탈해 도주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A 씨가 즉시 구조 작업을 실시했다면 사망 결과 등 피해를 방지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됐다”며 “사건 발생 후 약 16개월간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 선박도 협력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게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선내 인원 부족으로 A 씨가 홀로 당직을 섰고, 1등 항해사 부탁으로 추가 근무를 해 장시간 당직을 서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박 보험 등에 가입된 상태라 추후 일정한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B 씨에 대해 “선장으로서 항해 당직을 2인 1조로 유지하거나 적어도 1인이 장시간 단독으로 서지 않게 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A 씨 도주 행위가 인명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