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뚫린 지하, 열린 과제
만덕~센텀 고속화도로 10일 개통
2011년 부산시 발표 이후 15년 만
상습 정체구역 지하로 10분 주파
부산 동서 간 교통망 새로운 축 기대
출입로 혼잡, 화재 등 비상상황 대응
비싼 통행료 시민 수용성 등 과제로
부산의 동서를 잇는 대동맥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가 10일 개통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상습 교통 정체 구간을 지하터널로 연결하겠다는 부산시의 첫 발표가 나온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9년 하반기 첫 삽을 뜬 뒤로는 6년여 만의 결실이다. 지하 40m 아래에 뚫린 총연장 9.62km의 이 지하 자동차 전용도로는 만덕에서 센텀까지 기존 30~40분 이상 소요되던 이동 시간을 단 10분 남짓으로 단축한다.
이 사업은 논의가 시작된 이후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논란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교통량 예측의 불확실성, 민자사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 환경·안전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만덕고개 일대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도시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 추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결국 2010년대 후반 민간투자 방식으로 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온천동 구간 터널 붕괴 사고 등 난관을 거치며 장기간 공사 끝에 개통을 앞두게 됐다.
만덕고개를 넘는 출퇴근길에 수십 분씩 허비해온 시민들에게 대심도 도로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지상 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동서 간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심도 개통은 부산 내부순환도로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신평동 66호 광장을 출발해 덕천나들목·만덕·센텀·부산항대교·남항대교·천마산터널·장평지하차도·신평동으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망 가운데, 2023년 장평지하차도 완공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던 단절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이었다.
남해고속도로와 해운대를 직결함으로써 만덕대로와 충렬대로의 만성적인 정체를 완화하고, 물류 이동 효율을 높여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할 수 있다. ‘출퇴근이 고역’이라는 시민들의 체감이 완화된다면, 정주 여건 개선과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더 나아가 지상 도로 확충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심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 정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로의 진정한 의미는 개통 이후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산 교통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남긴 논쟁적 시설로 기록될지는 개통 초기 부산시의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진·출입부 교통 혼잡, 안전 관리, 통행료 수준에 대한 시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분 단축’이라는 장밋빛 전망 뒤에는 터널 끝에서 마주할 교통 혼잡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공존한다. 진출입로 부근에서 발생할 병목 현상이다. 만덕IC 진출입로 일대는 이미 만덕터널과 남해고속도로에서 유입되는 차량으로 포화 상태다. 개통 초기 대심도 도로를 빠져나온 차량이 지상 도로의 기존 흐름과 뒤엉킬 경우, 극심한 정체는 물론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센텀IC 역시 수영강변대로와의 합류 지점에서 상당한 혼잡이 예고된다. 낯선 도로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통 초기에는 보다 세밀하고 탄력적인 교통 관리가 요구된다. 사상~기장 구간을 잇는 지하화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대심도 도로 건설 과정에서는 진출입로 설계와 주변 도로 연계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남긴다.
또 다른 과제는 안전이다.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하 40m의 특수한 환경은 화재나 사고 발생 시 심리적 공포를 배가시킨다. 부산시는 방재 1등급의 재난 방지 설비와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대형 지하도로 특성을 고려한 고도화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하 긴 터널에서의 화재나 연쇄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반복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행료는 도로 운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승용차 기준 출퇴근 시간대 2500원으로 책정된 통행료는 부산 지역 유료도로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물론 거리 또한 가장 길기는 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공사비가 1조 원에 육박하면서 건설사의 적자 폭이 커져 향후 통행료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미 많은 유료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도로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부산시의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개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민이 실제로 체감되는 편의와 안전, 합리적인 비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 대심도 도로는 ‘부산의 미래 인프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희경 사회부장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