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대기업 비수도권 투자 독려, 현실적 기반이 중요
정부, 10대 그룹 270조 투자 로드맵 짜야
미래형 기업·인력 유치에 지역 혁신 필수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 입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첫 재계 간담회의 의제를 지방 투자와 청년 고용으로 정한 것은 수도권 일극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대통령은 4일 10대 그룹 대표와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 간담회를 갖고 지역 경제 활성화 지원을 당부했다. 수도권에 필적하는 지방의 ‘5극 3특’이 성장하려면 지방에도 성장 엔진이 가동돼야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필수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정부의 설득이나 강요로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옮기거나 신설할 리 만무하다. 지역 혁신도시·산단의 사례를 보면 자명하다. 대기업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역의 기업 환경도 혁신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마다 ‘지방 시대’를 구호로 내걸고 대기업 지방 이전과 투자를 유도했지만, 지속 가능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문재인 정부의 상생형 일자리,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와 클러스터 정책은 지역민의 ‘희망 고문’으로 끝났다. 그 결과 ‘평택 남방한계선’ 따위가 횡행한다. 대기업 본사와 R&D센터의 입지로 경기도 평택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지방에 인재가 없다는 핑계로 수도권에 미래형 기업 쏠림이 심화하고 덩달아 주거와 교통 여건이 좋아져 인력·기업의 블랙홀 현상이 강화된다. 대기업의 선의에 기대면 또 실패다. 지역에 투자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기반 조성이 관건이다.
대통령이 재계에 지방 투자를 강조할 때 부산 에코델타시티(37만 평)와 울산 동구·북구(47만 평)에 기회발전특구의 추가 지정이 발표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들 지역은 데이터센터, R&D센터, 조선·자동차 부품 산업 등의 투자가 기대된다. 특구는 ‘5극 3특’의 핵심인 지역 경제권 형성의 시험대로 봐야 한다. 덩그러니 부지만 확보해 놓는다고 기업이 알아서 찾아올 리 없다. 공급망은 물론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교통 접근성까지 포함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계와 대학, 행정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방으로 가라’고 떠밀기 전에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한다.
이날 주요 10대 그룹은 5년간 약 270조 원 규모의 지방 투자 계획을 밝혔다.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그것도 지방 투자를 다짐한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과거 대기업 지방 투자 실패 사례를 성찰한 위에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정책 신호를 보내도 기업은 조건을 보고 움직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당부나 특구 지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역사회의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대기업이 투자하고 싶고, 청년이 머물고 싶은 곳은 동전의 양면이다. 공급망과 교육·주거·의료 등을 결합한 총체적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