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 핑계 사설탐정 고용해 후보자 사찰한 거제 농협장 징역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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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비상임이사 선거 직전
사설탐정법인과 단독 용역계약
용역비 명목 4428만 원 전달
후보자 15명 개인정보도 건네
탐정 16명, 8개팀 나눠서 감시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선거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사설탐정을 고용해 임원 선거 출마자들을 감시한 농협 조합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이금진 판사는 28일 농업협동조합법위반, 업무상배임,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거제 A농협 조합장 B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2022년 1월 조합 비상임이사 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 ‘불법선거 근절을 위한 제도 도입의 건’을 안건 통과시켰다.

이 건은 임원 선거 관련 부정행위 신고자에 최대 1억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근거로 C 탐정법인과 단독으로 ‘탐정 사실조사 용역계약’을 체결한 B 씨는 조합 자금으로 3회 걸쳐 4728만 원을 탐정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선거 입후보자 15명의 이름과 나이, 주소지 등 감시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전달한 뒤 후보자 부정행위 감시를 의뢰했다.

이에 사설탐정 16명으로 8개 팀을 꾸린 탐정법인은 투표일 전 후보자 집 근처 등에 잠복하며 동향을 파악해 B 씨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선거 후 조합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고, 조합 경비로 불법선거감시단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B 씨는 재판 과정에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치러지도록 선거 과정 전반을 관리하고 조처를 하는 것은 조합장의 당연한 업무”라며 “조합장 임무를 위배해 조합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고, 사업목적 외 자금 사용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법한 수단으로 볼 수 없는 데다, 선거관리 사무는 독립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행해야 한다”며 “조합의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자금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민간 탐정에게 무단으로 수집한 후보자 인적 사항을 제공해 행동을 감시하게 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선거관리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종범행으로 처벌받는 전력이 없고 일부 입후보자와 조합원이 선처를 탄원한다”며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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