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유 뒷거래 판치는 부산항
계량·서류 조작 수법 불법 거래
외국 무역선 연간 1000억 탈세
클린포트 거듭날 특단대책 절실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글로벌 환적 2위 항만인 부산항에서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면세유 불법 유통 사건이 몇몇 업자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잔존유’를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북극항로 거점항과 ‘클린포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한국발전연구원 김길수 원장(국립한국해양대 명예교수)은 최근 ‘외국무역선 미적재 면세유 정상 관리 대책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선박용 연료유 공급량이 약 740만kL로, 이 중 약 6~8%(45만~60만kL)가 탈세용 잔존유, 이른바 ‘뒷물’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세수 손실액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불법 거래의 핵심은 외국 무역선이 다음 항차에 쓰려고 구매한 면세유를 급유하는 과정에서 남는 ‘잔존유’다. 저속 운항이나 조류·해풍 등으로 연료 소모가 줄었을 때 선원들이 따로 모아두는 ‘포켓오일’, 급유선 업자가 외국 선원과 공모해 계량 조작이나 서류 허위 기재를 통해 빼돌린 연료를 빼돌린 속칭 ‘깡’ 등이 불법 거래 대상이다. 부산항 등 국내 무역항에 들어와 이를 국내 연료 소매상에게 무자료로 판매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외국 무역선에 남은 잔존유는 해외 선사 소유 재산으로 이를 국내에서 거래하려면 합법적인 재활용업자가 수출입 신고·통관 후 세금을 내고 ‘중고 연료’로 거래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항에서 합법적인 중고 연료 거래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불법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결정적 원인으로 해외 선사를 대리해 선용품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해운대리점’의 임무 방기와 관계당국의 허술한 해상 면세유 단속 관행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진 기자 jiny@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