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인센티브’ 드라이브, 부산·경남 지방선거 구도 흔드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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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통합 지원 방안 발표

재정·행정·산업 아우른 지원
정부안에 충청·호남 즉각 반응
여권, PK 통합 시점 당기기 압박
PK 시도지사, 통합 속도전 주시
야 “정치적 계산 앞선 발표” 규탄
6·3 지방선거 핵심 화두로 부상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4년간 최대 20조 원에 달하는 재정 인센티브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 발표로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등 타 지역 행정통합 시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2026년 지방선거 이후’를 통합 시점으로 잡았던 부산·경남(PK) 지역의 로드맵에도 수정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 방안 발표로 행정통합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뒤흔들 핵심 화두로 부상하자 지역 정가도 술렁이는 모양새다.

■김민석 총리 ‘20조 원’ 카드 제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행정통합을 통해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며 재정·행정·산업 전반에 걸친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방침을 밝혔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 신설이다. 정부는 통합 지자체에 연간 5조 원씩, 총 4년간 최대 20조 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지자체들이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재정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통합특별시가 지역 현안 사업 등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재정 체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정 조직 면에서도 파격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김 총리는 “통합특별시에는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히며, 특별시 지자체장은 장관급, 부지자체장은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광역지자체당 2명인 부지자체장 수도 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 지자체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각종 특구 지정 및 산업 활성화 권한도 대폭 넘겨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주 기업에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지원금을 지원하고, 토지임대료와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세를 감면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충청·호남 ‘지선 전 통합’… PK는?

정부의 발표 직후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지역은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은 다음 달 특별법 국회 제출을 거쳐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전과 충남 지역 역시 정부의 인센티브를 선점하기 위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타 지역들이 ‘지선 전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여권에서는 PK 지역 역시 통합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정부가 통합특별시의 재정지원안을 발표한 16일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급 파격적 지원이다. 행정통합을 견인할 통 큰 지원사격”이라면서 “메가시티 논의를 주도했던 부산·경남이 통합과 연합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3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기를 차기 지방선거가 있는 2030년으로 설정했다. 부산시는 사실상 주민투표 요건 등을 고려하면 6월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이 어렵다고 보고 주민 의견 수렴, 주민투표, 특별법 제정 등을 거쳐 빠르면 2028년 총선, 늦으면 203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는 계획을 경남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만 충청권과 호남권 행정통합의 속도전에 따라 지역 여권 내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과 호남권이 행정통합을 선점해 재정적, 행정적 혜택을 독점할 경우 PK 지역이 행정통합에 따른 이득을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은 지방선거 구도를 재편하는 화두로 부상할 수 있어 PK 지역 정가가 타 지역 행정통합 속도전을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선거용’ 비판에 주민 배제 논란도

한편 파격적 재정 지원안을 두고 막대한 재원 마련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커진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정부와 민주당은 파격적인 지원책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지방이 요구해 온 핵심인 권한·재정 이양은 빠진 ‘반쪽짜리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선거를 위한 성급한 지원 방안과 정치적 계산이 앞선 정부 발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민 배제 논란도 걸림돌이다.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등에서 광역단체장 주도의 하향식 통합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과 기초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6·3 지방선거 이전 통합을 전제로 입법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이번 행정통합 논의에서 제외된 PK 지역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방선거 전 통합 합의가 타 지역에서 현실화되면 PK 지역에서도 시도지사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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