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운물류시장 구조적 위기 앞 부산항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선박 공급 증가·화물 수요 감소에다
항로 구조 변화와 이탈까지 삼중고
디지털 인프라 등 새 전략 집중해야
글로벌 해운 시장의 지표들은 2026년이 금융 위기와 팬데믹 충격기를 제외하면 ‘현대 컨테이너 통계에서 가장 부진한 해’가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적 허브인 부산항은 수요의 구조적 감소와 기록적인 공급과잉이 결합된 ‘구조적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는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위기가 심화되어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 부산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심화다. 올해 해운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단순한 수요 정체를 넘어선 ‘둔화’가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년 대비 14% 감소하며 약세로 돌아섰고, 올해 초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 및 보복관세의 영향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발 미국향 물동량은 25% 감소했으며, 이는 아시아 대미 수출 환적의 허브항인 부산항 물동량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운영 선대 대비 30~34%의 선박 주문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저유가 환경 탓에 노후 선박 해체가 지연되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국 이는 운임을 역사적 평균 이하 수준으로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아시아-북미 항로의 구조 변화다. 부산항의 지리적 입지를 위협하는 항로의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 맥카운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수입 화물은 비용 구조와 인구 분포를 따라 서안에서 동안 및 걸프 지역 항만으로 2019년 이후 매년 0.4~0.5%P씩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75%가 미국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최근 해외투자가 이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파나마 운하의 확장으로 아시아-미국 동안 사이 대형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진 점도 원인이다. 현재 부산항의 북미 항로는 주로 미국 서안 항만과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직기항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부산항을 거치던 환적 물동량이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의 역설이다. 만약 홍해 사태가 정상화되어 수에즈운하 운항이 재개될 경우, 우회 항로에 묶여 있던 약 8%의 유효 선복이 시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는 이미 과잉 상태인 글로벌 해운 시장에 추가적인 공급 압박을 가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운임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의 하역료에 더 강력한 하향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부산항이 글로벌 허브 항만 지위를 유지하려면 전략적인 선택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글로벌 성장 시장으로의 항로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수요 부진과 미·중 갈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물동량이 크게 성장 중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 신흥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항로 개설을 넘어 현지 물류 거점 확보와 국적 기업 진출 지원 등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는 AI 기반의 공급망 솔루션 제공이다. 항만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와 물류가 흐르는 공급망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항은 회복탄력성 확보를 목표로 AI 기반 물류의 가시성 확보, 데이터 통합, 재고 완충 및 부가가치 창출, 인프라 유연성을 갖춘 복합운송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거래 선사를 압축하고 체선료 및 장치료 조항을 명확히 하여 실질적인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는 항만 터미널 통합이 필요하다. 부산항 신항의 고질적인 문제인 터미널 분절화와 다수 운영사 존재는 마케팅 능력을 저하시키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로막는다. 부산항 신항 내 터미널 통합과 터미널 간 환적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마지막은 친환경 인프라 선점이다. IMO 2030-2050 규제 강화에 따라 이중연료 선박 발주가 대세가 된 만큼, 부산항은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확충해 글로벌 선사들이 찾는 ‘그린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26년의 부산항과 연계된 해운물류 시장은 ‘선박 공급은 늘고, 화물 수요는 줄며, 항로는 이탈하는’ 삼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이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동량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네트워크 다변화, AI 기반 공급망 솔루션 확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항만 운영 효율화와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생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