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집피지기] 시민 우롱한 백화점 개발계획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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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3년 전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내 노른자위 땅에 백화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카더라’ 수준이 아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공식 발표였기에 기대감은 더 컸다.

특정 백화점 브랜드까지 오르내리며 입소문은 점차 사실로 굳어져 갔다. 서부산 최초의 대형 백화점이 될 것이었고, 이는 지금껏 일대 땅값이나 집값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 땅은 ‘명지지구 복합 5구역’으로 부산지법 서부지원 맞은편에 위치해 명지국제신도시에서도 사업성이 손꼽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부지 매수를 희망했던 업체 측에서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최근 계약이 해지됐다. 두말할 것 없이 백화점 프로젝트는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복합 5구역에는 백화점 1개 동과 레지던스 10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레지던스는 최고 40층 높이, 총 3800세대 규모로 계획됐다. 서부산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단번에 소화시키기 어려운 규모의 레지던스 개발 계획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가 백화점으로 위장한 레지던스 개발 계획이었다고 본다. 서부산 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수천 세대 수준의 레지던스 분양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자 측에서 매수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명지국제신도시 내 여러 오피스텔이 지금도 무더기로 미분양이 나 있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다.

문제는 소위 ‘간만 봤던’ 사업자가 무책임하게 잔금을 치르지 않고 프로젝트를 내팽겨치더라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자청은 복합 5구역의 건축 관련 인허가 관청이고, 부지 매입 등은 LH에서 담당한다. 취재 과정에서 3년 전 홍보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경자청은 “LH를 통해 확인하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LH는 “계약 불이행 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이 없다”는 김 빠지는 답변만 내놨다.

이런 식이면 다음 번에도 시민들이 기대하는 도시 개발은 요원하다. 주택 용도로의 개발을 원하는 사업자가 ‘양두구육’식 청사진만 내놓고 하릴 없이 시간만 허비할 공산이 크다. 앓는 소리를 내며 아파트 개발 분위기를 조성하다 부동산 경기가 정상화됐을 때 주택으로 개발해 분양하려는 흑심이다. 부산 시민들이 여러 차례 봐왔던 행태다. LH와 경자청은 물론이고 부산시, 강서구청 등도 복합 5구역이 더 이상 실기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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