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사태’ 군사 개입 준비하나… 항모전단, 중동 이동
미 국방부, 남중국해서 이동 지시
이란, 비행편 운항 제한 등 경계
트럼프 신중론, 개입 저울질
반정부 시위 참가자 수천명 사망
유럽 국가, 자국민에게 철수 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이란 당국을 상대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미 국방부가 항모전단을 중동에 전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격해지는 이란 시위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단 신호를 보내면서 중동 일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 개입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도 신중론을 보이고 있어 실제 군사 개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4일(현지 시간) 뉴스채널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미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AOR)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은 이란을 포함해 중동과 중앙아시아·남아시아·북동아프리카 21개국을 관할하는 곳이다. 항모전단은 핵 추진 항공모함(USS)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이동에는 약 일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항모전단의 움직임은 미국이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지를 놓고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포착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이란 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동 일대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란 사법부 수장은 체포된 반정부 시위대를 신속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대법원장은 “이들(시위대)은 사람을 죽이고 거리에 불을 질렀다”며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모전단 이동 이전부터 미국의 이란 사태 개입에 대한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과 걸프 지역 국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타르 내 주요 미군 기지 일부 직원들은 이날 저녁까지 대피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란은 테헤란 영공에서 비행편 운항을 제한하는 항공고시보(노탐·NOTAM)를 발령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고 밝히며 이란 군사 개입에 대해 신중론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옵션은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의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미국 내 여론도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당국은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유혈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자도 연일 속출하고 있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이날까지 시위 참가자 최소 3428명이 숨졌다고 추정했다.
이에 주요 7개국(G7)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에 폭력을 삼가고 국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계속할 경우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G7은 “많은 사망자·부상자 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시위대에 대한 보안군의 고의적 폭력 사용, 살해, 자의적 구금, 협박 전술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미국의 공습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이란에서 즉각 철수하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란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소말리아 유엔 대표부는 15일(현지 시간) 오후 3시 유엔본부에서 ‘중동 상황’을 주제로 안보리 회의가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열린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