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안보 협력” 강조, 中 “발언 온도차” 부각
한일 정상회담 엇갈린 반응
日 신문, 일제히 합의 내용 집중
다카이치 강성 노선 변화 관측도
中 관영매체, 평가절하 집중
"한미일 진영대결 끌어들이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나라현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두고 최근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언론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일본 신문은 경제안보 분야 성과에 대해 집중 보도한 반면, 중국 매체는 양국 정상 발언의 온도차를 부각하며 평가절하했다.
한일 정상회담 다음날인 14일 일본 신문들은 ‘일한 경제안보 논의 합의’(요미우리), ‘일한 경제안보 논의에 일치’(아사히), ‘경제안보 강화에 일치’(마이니치) 등 대부분 경제안보 분야 합의를 제목으로 뽑아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13일)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상호 이익을 확보할 협력을 추진하고 관계 부처 간 논의를 진행해 가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과 공급망 협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케이신문은 아예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추진은 “중국에 의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달았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이 경제적인 압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공조하려는 목적”이라고 경제안보 협력 강화 취지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자신의 발언에서 비롯된 일중 관계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강고한 관계를 국내외에 보이려는 생각도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내달 22일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과 관련해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실용 노선 선택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보내는 정부 인사를 차관급인 정무관에서 장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한일 간 역사와 영토 문제가 과거 한일 관계를 뒤흔들었던 만큼 향후 달라진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측에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앞두고 갈등 재연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며 “불편하고 나쁜 점을 잘 관리해 최소화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도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한일 정상의 발언을 언급하며 양자 관계에 대한 관점에서 온도 차가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놨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자국 전문가 견해를 인용, 한일 정상이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우호적 분위기 속에 회담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한 반면 이 대통령은 나쁜 점을 잘 관리해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샹하오위 연구원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 관련, 본질적으로 일본 우파 정부가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을 한미일 진영대결 틀에 끌어들이려 한 것이라고 봤다. 일본이 한국을 이용해 지정학적·전략적 돌파를 이루려 한다는 것이다.
샹 연구원은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이 ‘관리’를 강조한 것은 방어적·실용적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일 관계의 기반이 취약하고 깊은 상호 신뢰가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한국이 한일 협력 때문에 대중국 관계에서의 유연성을 희생하거나 영토·역사 문제에서 원칙적 양보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만큼 협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전략적으로 상징성이 있다면서, 한중간 전략적 상호신뢰 복구를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다즈강 연구원은 양국 정상 발언의 차이는 한일 관계의 현실적 기반에 대한 인식 차에서 나온 것이며, 양측이 높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일본이 역사적 부담을 축소하고 전략적·경제적 협력에 자원을 집중하려 한 것과 달리, 한국은 역사·영토 등 구조적 모순에 따른 관계 악화 방지를 더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 관계의 최대 불확실성은 위안부, 강제 징용, 독도 영토 분쟁, 일본의 역사적 수정주의 등 역사·주권 문제라면서 “이들은 언제든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친일·반일 여론도 문제로 거론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